[단독] 국책연구원 대외활동 과잉 감사 논란

입력 2020-04-16 04:07 수정 2020-04-16 18:42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이 국회의 지적에 따라 일부 국책연구원 연구위원들의 대외활동 부분을 살피기 위해 벌인 감사가 과잉 조치 논란에 휩싸였다. 국무조정실이 법에 따른 감사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과도한 수준의 정보수집까지 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연구위원들의 대외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재갈 물리기’식 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7월 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17개 국책연구원(전체 26개)에 자체 감사를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배포했다. 국책연구원 연구위원(박사)들이 외부활동을 통해 가외수입을 올린다는 국회 국정감사의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다. 공문 배포 이후 각 연구원은 현재까지 과도한 대외활동을 한 연구위원에 징계를 내리는 등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고 그 결과를 국무조정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무조정실이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켰느냐는 점이다. 공공감사법에 따르면 감시기구(감사원 등)가 자체 감사 대상 기관에 대한 감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감사계획을 수립할 때도 감사사항, 감사의 목적과 필요성, 대상기관, 범위, 실시 기간, 대상 인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의 감사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국무조정실은 배포한 공문 외에는 감사의 목적이나 일정 등을 담은 감사계획을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일부 연구위원들은 주장한다. 감사에 필요한 특정 자료만 제출하는 게 아니라 지급명세서 목록과 거주자 기타소득지급명세서 등 개인별 소득자료를 개인 동의도 없이 강제로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공감사법에서도 감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인 자료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범위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일부 연구위원들은 각 연구원을 통해 감사를 하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한 연구원에서는 ‘국무조정실의 공문’을 근거로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는 엉뚱한 답변만 내놨다. 국민일보가 지난 14일 국무조정실 법무감사담당관실에 감사의 목적과 시행 이유, 결과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부서 회의를 통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겠다”는 말 외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의 감사가 어떤 이유에서건 연구위원들의 건전한 대외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에서 지적한 과도한 외부활동만 문제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연구위원은 “과도한 대외활동을 막겠다는 취지라면 대외활동의 적정한 횟수 등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한 뒤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국무조정실은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했던 활동부터 일반적인 자문 활동내역을 담은 개인정보까지 무조건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일부 연구위원들은 감사 이후 대외활동뿐 아니라 본래의 연구활동까지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국민일보 보도 이후 16일 설명자료를 내고 “국무조정실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기관을 직접 감사 및 연구기관의 자체감사를 지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책연구원이 전직원에 대한 대외활동의 적적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감사토록 했다”고 해명했다. 국무조정실이 지휘감독 권한을 발동한 수준이기 때문에 감사계획 등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대외활동의 사전신고 및 사례금 등의 허위신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소득자료가 필요하다. 이는 기존 감사원·국무조정실 감사시에도 제출받던 수준이며, 연구위원이 본인의 자료를 감사부서에 제출한 거라 위법 소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