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걸치고 으쓱하는 ‘MZ세대’… 그런데 “정품 맞아?”

입력 2020-04-18 04:05

직장생활 2년차인 정모(23)씨는 생일을 맞아 100만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가방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려고 온라인몰 여기저기를 검색했다. ‘병행수입 제품’이란 설명에 한참을 고민했지만 백화점은 너무 비싸 결국 온라인몰에서 가방을 구매했다.

정씨의 사례처럼 월급이나 아르바이트비를 차곡차곡 모아 ‘명품 플렉스(flex)’를 하는 10~30대 젊은층이 늘고 있다. 플렉스란 ‘돈을 쓰며 과시하다’ ‘과소비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신조어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나타내는 말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까지 확산되면서 온라인 명품 구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롯데멤버스가 공개한 ‘트렌드Y리포트’에 따르면 20대의 명품 소비는 2017년에 비해 7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명품 브랜드 신발, 지갑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명품의 주요 구매층으로 급부상했다”며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명품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I.VILLAGE(에스아이빌리지)는 지난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5% 늘었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판매가 가속화하면서 2~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5% 늘었다. 롯데닷컴과 롯데프리미엄몰도 지난해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48.2% 증가했고, 현대H몰과 더현대닷컴은 2~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6.2% 증가했다.

오픈마켓도 명품 매출이 늘었다. 올해 1분기까지 명품 판매량이 G마켓은 46%, 옥션은 19%(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티몬에서도 2~3월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가방은 112%, 의류 83%, 신발 81% 상승했다. 해외직구, 구매대행, 온라인몰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온라인 명품 구매가 늘자 ‘트렌비’ 같은 명품 구매 플랫폼도 생겨났다. 트렌비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전 세계의 명품 판매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찾아주는 플랫폼이다.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트렌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고, 연매출은 2017년 91억원에서 매년 254억원, 451억원으로 늘었다.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명품은 상당수가 병행수입 제품이다. 병행수입은 같은 상표의 상품을 개인이나 일반 업체가 해외 편집숍이나 아울렛 등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품이 맞나요?”라며 의구심을 품고 정품 감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몰이라고 해서 전부 병행수입 상품은 아니다. 온라인몰 중에서도 SSG닷컴 내 백화점관과 에스아이빌리지, 롯데프리미엄몰은 공식 수입원에서 들여온 상품을 판매해 백화점 상품과 동일하다. 따라서 AS도 백화점에서 받을 수 있다.

현대H몰과 더현대닷컴은 ‘바쉬(BASH)’를 통해 판매한다. 바쉬는 현대백화점에서 병행수입해온 제품들을 판매하는 명품 편집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들어온 제품들이기 때문에 정품이 맞다”고 설명했다. SSG닷컴과 롯데닷컴에서 판매되는 병행수입 제품들도 정품이 맞다고 했다. 각사 관계자들은 “수입면장 등을 확인해 믿을 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로 입점시킨다”고 밝혔다. 다만 병행수입 상품은 AS를 해당 업체를 통해 받아야 한다.

반면 오픈마켓은 정품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픈마켓 특성상 특허청 등에서 가품·위조품 판매 업체로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입점 전에 걸러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마켓들은 사후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7월부터 ‘명품 감정 서비스’를 도입했다. G마켓·옥션을 통해 구매한 해외직구 상품을 수령한 뒤 7일 내에 접수하면 감정이 진행된다. 배송비만 부담하면 되고, 정품이 확인되면 보증서가 발급되며 가품인 경우 구매금액의 200%를 돌려받을 수 있다. 11번가의 경우 가품 및 위조품이 확인되면 110% 보상제를 통해 환불 절차가 진행된다. 티몬은 가품 판명 시 해당 상품의 판매를 즉각 중지하고 전액 환불 및 적립금 10%를 지급한다.

해외직구를 돕는 트렌비의 경우 현지 매장이나 편집숍, 아울렛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플랫폼에서 보여주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100% 정품임을 보증하고 있다. 만일 가품이라면 구매가격의 200%를 배상한다.

사후 처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해도 환불 과정에서 지쳐 포기하는 소비자도 많으니 구매할 때부터 가품 및 위조품 구매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두는 게 좋다. 우선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은 가품이나 위조품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사고자 하는 지갑의 공식 홈페이지상 가격이 80만원인데 10만원에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각 채널에서 구매한 다른 소비자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판매자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해당 제품이 어떤 경로로 판매되는지, 예를 들어 병행수입 제품이면 병행수입 됐음을 밝혔는지 봐야 한다. 또 병행수입 업체 이름이 명시돼 있는지, AS 접수 연락처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병행수입 업체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는 게 좋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