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 “정치적 중립, 다섯 글자지만 현실서 지키기는 어마어마하게 어렵다”

입력 2020-04-16 04:03
집무실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권현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 식당에서 4·15 총선 선거사범 단속을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 관계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은 잉크도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에서 지키기는 어마어마하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쪽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늘 공격을 한다”고도 털어놓았다.

지난해부터 정권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으로 해석됐고, 윤 총장은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이번 총선 기간 내내 이름이 거론됐다. 그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도 어렵지만, 국민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참 어렵다”며 “그래서 긴 시간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대검 공공수사부 관계자들을 향해 “특히 선거사범 수사에서 엄정중립을 명심하라”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예정에 없던 이날 점심식사에는 격무를 거듭해온 후배들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깃들어 있었다. 총선 1개월 전 선거사범 입건자 숫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예전보다 15%가량 낮게 집계됐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허위사실 공표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격전지’를 중심으로 선거 직전까지 고소·고발과 수사 의뢰가 계속됐다.

윤 총장은 공직선거 제도를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말해 왔다. 그는 총선 직전까지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왔다. 유난히 정치권의 반발이 많았던 이 수사는 총선 직후 재개된다. 선거 전 소환조사를 받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검찰의 처분부터가 관심이다. 골반 염증으로 고생하는 윤 총장은 점심식사 뒤 대검에 들르지 않고 곧장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