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2022년까지도 세계경제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올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10% 이상 주저앉는 만큼 한국경제도 큰 폭의 역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럽 기반 다국적 금융사 ING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에 관한 4가지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회복 양상을 U형, W형, V형, L형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L형이다. 가파르게 떨어진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침체를 이어가는 모습을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아 각국에서 이동제한 및 휴업 등 봉쇄 조치가 연말까지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한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과 유로존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55%, -5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 지역은 올해 4분기에야 0~1% 성장률을 내며 마이너스 수렁에서 벗어났다.
L형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미국 -14.9%, 유로존 -16.1%, 영국 -13.0%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내년 반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각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봤다. 저자들은 다만 “현 단계에선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급반등을 의미하는 V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각국 경제활동이 이달 말까지 정상화하는 상황을 전제했다. 이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바이러스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 보고서는 이 경우 올해 대부분 국가의 경제가 전년 대비 2~3% 위축되는 정도로 ‘경미한 불황’을 겪은 뒤 내년에는 상당수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봤다.
U형은 점진적 회복을 설명하는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유럽 각국이 이달 말 봉쇄 조치를 완화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름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저자들은 “결과적으로 경제 회복은 U자가 되겠지만 대부분 국가는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제활동 위축을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W형은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에 코로나19가 재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경우 경제 회복은 내년 4월까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저자들은 “(W형을 보이는 경우에도)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높겠지만 대부분 경제가 위기 이전으로 돌아오려면 2022년 후반까지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