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정은경 같은 분 있으면!” 재계가 털어낸 속마음

입력 2020-04-16 04:45

재계가 21대 국회에 가장 바라는 것은 규제 개혁이었다. 산업 관련 입법을 경제 원칙대로 해달라는 주문도 많았다.

국민일보가 15일 20대 그룹사와 주요 경제단체 임원 및 간부 19명을 대상으로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 설문한 결과 기업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국회가 앞장서 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응답자 중 6명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 산업계에 돌파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규제 개혁을 1순위로 꼽았다. 산업계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속도로 전환 중인데 현장에선 ‘규제의 벽’에 계속 막히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5대 그룹 임원 A씨는 “외국에서는 뭐든지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쪽으로 가는데 우리나라는 뭐든지 하지 말라고 규제를 만들어 기업의 손발을 다 묶는다”며 “국회가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간부 B씨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는데 단지 인건비가 싸서 가는 게 아니다”며 “업체 대표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베트남에서는 기업이 뭔가 하는 데 걸림돌이 없어 사업 준비가 수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4명은 산업 관련 입법에 대한 제안을 내놨다. 정쟁에 이용하지 말고 산업 혁신 관점에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입법을 진행해달라는 당부다. 5대 그룹 임원 C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같은 분은 굉장히 든든하지 않으냐”며 “산업 정책이나 법안은 ‘글로벌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표적 예로 한국의 인터넷 보급을 들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씨로부터 ‘한국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듣고 실제 초고속 인터넷을 깔았고 그런 결정이 오늘의 정보화 강국 한국을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한 응답자는 국회 법안 처리로 ‘타다’ 운영이 가로막힌 것에 대해 “혁신 산업의 좌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제단체 관계자 D씨는 “여야가 경제 법안을 다른 법과 연계해 처리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경제 이슈를 포함해 대형 갈등 사안과 관련,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갈등 관리 모델을 발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명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20대 대기업 임원 E씨는 “국회가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3명은 주52시간 근무 예외 확대 등 노동 유연성 강화를 요구했다. 2명은 “코로나19는 재난에 가깝다”며 여야가 다투지 말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요 경제단체들도 경제 살리기에 힘써달라며 일제히 성명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대 국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 데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회는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선거 결과는 민생과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라며 “기업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주화 박구인 김성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