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교회가 있다]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 털어놓으세요

입력 2020-04-16 00:04
지구촌교회 글로벌상담소의 상담원이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고 있다. 지구촌교회 제공

“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데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어요. 불안감이 커지니 우울해 졌고 수면장애로 이어지고 있어요.”

대학 4학년인 A씨는 최근 지구촌교회 글로벌상담소에 전화를 걸어 우울감을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에는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감이 심해졌다고 했다.

상담소장인 조병민 목사가 내린 처방은 이랬다. 먼저 ‘4-2-4 호흡법’이다. 숫자를 1부터 4까지 세면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신 뒤 2초간 멈췄다가 다시 1부터 4까지 세면서 내뱉는 호흡법이다. 조 목사는 “우울하면 호흡이 짧아질 수 있고 수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생각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호흡에 집중하면 우울함도 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씀 묵상과 기도도 처방했다. 조 목사는 “기독교인에게 가장 강력한 처방은 기도와 말씀”이라며 “늦어도 10시엔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에는 기도나 묵상을 하면서 수면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구촌교회 글로벌상담소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성도들을 돌보기 위해 지난달 전화상담을 시작했다. 코로나블루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행동장애를 말한다.

조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달 22일부터 상담소를 운영했는데 초반엔 상담 건수가 없다가 최근 들어 전화가 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회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심리상태를 진단해 상담을 요청한 A씨는 나은 편이다. 깊은 우울감에 빠진 사람일수록 상황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교회와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조 목사는 “우울증 치유를 위해선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교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목장 등 커뮤니티를 운영하기에 교인들뿐만 아니라 이웃까지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문가 상담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호흡법을 바꾸고 환기를 하고 햇볕을 쬐는 것으로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울의 정도가 심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면서 “교회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구촌교회는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상담 노하우를 중·소형 교회에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상담사 16명과 함께 상담 매뉴얼을 만드는 방안도 의논하기로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