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비닐봉지 속 10장 묶음 마스크는 품귀 현상에 따른 제조업자들의 욕심이 낳은 불법의 풍경이었다. 일부 업자들은 기존 납품 계약을 깨고 원가 200원짜리 마스크를 4000원에 팔았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포장하지 않은 마스크를 유통시켰다. 검찰은 일부 제조업자들이 ‘장당 10원’으로 영세 업체에 간단한 비닐 포장을 의뢰한 수법도 발견했는데, 할머니들과 장애인들이 다수인 이 같은 영세 업체 노동자들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보건용품 유통교란사범 전담수사팀’(팀장 전준철 반부패수사2부장)은 처음부터 마스크·원단(필터)의 제조·유통 단계별 점검을 목표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국의 무수한 매점매석 사례들을 모두 찾아내 단죄하는 것은 경찰에 맡기고, 그보다는 범행의 구조를 원점 타격하고 제도 개선을 꾀하는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수사팀원들은 지난 6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검찰청에 출근했다.
검찰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원가가 200~300원이던 마스크 가격이 10배 넘게 뛰어 4000원까지 거래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애초 낮은 원가로 납품 계약을 맺었던 제조업자들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고 임의로 생산한 것들을 고가에 다른 곳에 팔아 상표법을 위반했다. 이 제조업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경찰이 팀을 이뤄 점검을 하지 않는 오후 6시 이후에 기계를 돌려 마스크를 찍어냈는데, 이를 파악한 검찰은 야간에 공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이 마스크 범죄 수사 과정에서 가장 애먹은 부분은 우후죽순 생겨난 유통업체들의 행적을 쫓는 일이었다. 애초 다른 제품을 유통하던 이들이 마스크 값이 치솟자 갑자기 유통에 끼어 들었는데, 원단과 유통망에 밝은 이들은 다단계 사기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 등에서 A업체가 마스크를 대량 판매하겠다고 올린 글을 확보해 압수수색해보면 ‘B업체가 갖고 있다’고 했고 B업체를 파악하면 ‘C업체가 갖고 있다’는 식이었다”며 “마지막엔 허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전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입건처리 인원을 40명이라 밝혔는데, 결단하기에 따라 이 인원이 100명을 넘을 수도 있었다. 불법에 동참하는 줄 모른 채 생계형으로 불법 마스크를 포장해준 할머니와 장애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조업자들로부터 그저 장당 10~20원을 받고 ‘벌크 마스크’를 비닐봉지에 담은 이들이었다. 허가받지 않은 제조였기 때문에 포장업체 역시 약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들이 불법 여부를 몰랐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또는 입건유예 처리했다.
검찰의 마스크 범죄 수사는 계속된다. 수사팀은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정에서 유통의 중간 단계에 속칭 ‘M&A 꾼’들이 끼어든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망을 좁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이 많은 업자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마스크를 한꺼번에 사서 유통하는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이번 기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된 수사였지만 3주째부터는 단속 실적이 나왔고,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