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의학 칼럼] 카이로스를 사는 사람들

입력 2020-04-17 17:07

에베소서 5장 16절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고 말씀한다. 이 말씀으로 시간을 계획하면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다는 내용을 살펴보자.

고든 맥도날드는 자신의 책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에서 계획되지 않은 시간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 이야기했다. 그가 말한 계획하지 않은 시간과 계획된 시간의 차이를 보며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생각해 봤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는 헬라인들의 시간 이해 방법이었다. 크로노스란 절대적인 시간을 말한다. 하루 24시간과 같이 정해져 있고 변하지 않는 시간이다. 시계를 생각하면 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처럼 저절로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는 상대적인 시간이다. 뜨거운 냄비를 몇 초만 만지고 있어도 그 시간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몇 시간도 짧게 느껴진다. 저절로 가는 시간이 아니라 의식된 시간이며 붙잡혀 있는 시간을 뜻한다.

아무런 계획도 없고 목적도 없는 사람에게 5분이란 시간은 그냥 흘러가 버리는 크로노스가 된다. 반면 분명한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5분은 운명을 바꿀 기회가 된다.

시간을 잘 쓴 사람들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대표적이다. 고작 3년 공생애를 사셨는데, 구약에 예언된 수많은 예언을 다 이루셨다. 인류를 구원하는 영생의 문을 그 짧은 시간 안에 다 열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도 시간을 잘 쓴 사람이다. 루터는 수녀였던 카타리나와 결혼한 뒤 6명의 자녀를 낳았다. 자녀 외에도 6명의 조카를 함께 키웠다. 이뿐 아니었다.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고아가 된 아이들 20명도 키웠다. 32명이나 되는 아이를 키운 셈이다.

루터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올바르게 키우려고 노력한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루터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책을 썼다. 그렇게 3만장이 넘게 썼다. 컴퓨터로 쓴 것도 아니고 잉크를 일일이 묻혀 가며 직접 썼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루터가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끌어왔을까. 얼마나 큰 노력을 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다.

루터의 업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종교개혁을 했다. 사방팔방 불려 다니고, 적지 않은 논쟁을 이어갔다. 교황청에 불려가 사제들 앞에서 자신을 변론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다. 고작 63세밖에 살지 못했지만, 루터는 시간의 위대한 가치를 창조하고 증명해 냈다.

존 웨슬리도 대단했다. 저서만 440권이었다. 설교는 3만번이나 했다. 60년 동안 거의 매일 설교한 셈이다. 일생 말을 타고 돌아다닌 거리가 7만2000㎞라는 기록도 있다. 웨슬리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저는 굉장히 바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서두르지 않습니다.”

루터나 웨슬리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24시간을 살았지만, 그들은 시간을 계획했다. 시간에 목적과 계획을 집어넣으면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고만 있을 수도 있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내 뜻대로 부릴 수도 있다. 흘러가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도 있고, 그 물을 퍼 올려 밥을 짓고 목마른 식물에 물을 뿌려 생명을 키워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을 목적과 의도를 갖고 구속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 무한한 가치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흐르는 시간만 물끄러미 바라보면 안 된다. 선한 목적을 갖고 그 시간을 구속해 보시길 권한다.


이창우 박사 (선한목자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