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교회가 있다] 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도 안전하게

입력 2020-04-16 00:04
인천 효성중앙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28일 교회 내 카페에 모여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아래는 완성품. 효성중앙교회 제공

약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가 공급된 지 1개월여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과 노인,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등이다. 인천 효성중앙교회(정연수 목사)는 마스크 소외계층을 위해 마스크 3700여장을 직접 제작해 나눴다. 지역사회를 돕겠다는 교역자와 성도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다.

마스크 재료 구매비용 470만원은 성도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마련됐다. 지난달 17일 성도들이 모여 있는 교회 SNS에서 모금이 시작됐다. 자녀가 1년간 모은 저금통을 뜯어서 후원한 성도 등 82명의 따뜻한 마음이 지난 9일까지 모였다.

재단부터 재봉과 포장까지, 마스크 제작 전 과정은 성도와 교역자가 함께했다.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평일에는 50여명의 성도들이, 주말에는 교역자들이 문을 닫은 교회 카페에 모여 마스크를 만들었다. 3명의 성도가 집에서 직접 재봉틀을 가져와 재봉을 했고 집에 가져가서 재봉한 후 가져온 성도도 있었다.

이현정(51) 권사는 집에서 천 마스크를 만들어본 경험을 살려 마스크 제작 봉사에 참여했다. 이 권사는 “나눔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던 차에 교회에서 캠페인을 해 참여하게 됐다”며 “후원부터 제작, 나눔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나누는 우리에게도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완성된 3700여장의 마스크는 지역사회로 향했다. 2000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약 열흘간 교회 앞에서 주민들에게 나눴다. 주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었지만, 임산부와 65세 이상 노인, 아이들에게 우선 제공했다. 지역 맘카페, ‘당근마켓’ 등에 홍보하면서도 ‘꼭 필요한 분들만 와 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공적 마스크조차 쉽게 구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먼저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남은 1700여장은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정, 인천 지역 미자립교회 10곳에 전달됐다. 인천 지역은 아니지만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서울 은평구 녹번종합사회복지관에 500장, 감리교신학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100장을 전했다.

정연수 목사는 “교회에서 성도들의 마음에 내재한, 이웃을 향한 섬김의 열정이 표출되도록 돕기만 해도 많은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들의 삶의 자리이자 숨소리가 들리는 생활의 자리인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