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쳐 세계 경제 휘청… 서방 국가 대부분 6%P 이상 급락

입력 2020-04-15 04:01
1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있는 컨테이너들이 배에 선적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극도의 경기 침체로 수출입이 마비되면서 항구나 공항에는 적막만 가득한 상태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을 보면 전 세계 어떤 나라 경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석 달 전에 비해 세계 각국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은 5~6% 포인트나 된다. IMF가 사용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표현이 과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주요 교역국의 경제위기가 지속하는 한 동반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서방 선진국 성장률 특히 급락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0%는 1980년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공식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0.1%인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이 얼마나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지를 실감케 한다. IMF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가장 큰 위협으로 대규모 봉쇄에 따른 이동 중단을 꼽았다. 이는 ‘노동공급’ 축소에 이어 사업장 폐쇄, 공급망 혼란, 생산성 감소를 불러왔다. 여기에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선진국·신흥국의 주식·채권시장 긴축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동시에 휘청이고 있다고 IMF는 분석했다.

특히 선진국 경제의 타격이 심하다.

IMF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9%로 예측했다. 지난 1월(2.0%)보다 7.9% 포인트나 추락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최근 3주간 1700만명 가까이 실직하는 등 고용대란을 보여줬다. 유로존 전망치도 지난 1월 1.3%에서 이달 -7.5%로 8.8% 포인트 급락했다. 독일(1.1%→-7.0%)과 프랑스(1.3%→-7.2%), 영국(1.4%→-6.5%) 등의 성장률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이웃 일본도 지난 1월 0.7%에서 -5.2%로 고꾸라졌다.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 국가는 중국과 인도뿐이다. 이들 국가도 전망이 크게 낮아져 향후 코로나 확산 여파에 따라 역성장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1.2%)은 지난 1월 예측치(6.0%)보다 4.8% 포인트, 인도(1.9%)는 3.9% 포인트 추락했다.


세계 경제 U자형 반등… 한국은 미미

다만 IMF는 세계 경제가 올 하반기에 바닥을 다진 뒤 내년에 올라서는 ‘U자형 반등’을 예측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락 후 침체’의 L자형 전망보다는 미래를 밝게 본 셈이다. IMF는 침체를 벗어나려는 각국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으로 내년 세계 경제가 6% 가까이 뛸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에 비하면 급등세에 가깝다.

반면 내년 한국 경제는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IMF는 내년 한국 성장률이 3.4%로 반등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미국(4.7%), 유로존(4.7%), 신흥개도국(6.6%)에 못 미친다. 올해의 예상 성장률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반등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편이다. IMF 예상대로라면 한국은 2020~2021년 2년 동안 연평균 1% 초반대 성장에 머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성으로 인해 반등폭은 작아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의 성장률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