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으로 활로 찾는 타다 VS 빈자리 노리는 모빌리티 업계

입력 2020-04-15 04:01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지난 10일 타다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타다의 핵심 서비스로 지난 11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한 ‘타다 베이직’에 투입됐던 11인승 카니발 차량 1500대는 중고차로 매각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타다가 주력 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을 중단한 이후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세단 위주의 프리미엄 차량에 카니발을 추가해 대형택시 수요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때맞춰 타다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모빌리티 업계의 서비스 다양화도 이어지고 있어 정부의 구체적인 모빌리티 제도 개편안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업체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타다 운영사 VCNC는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타다 프리미엄 차종 신규 라인업 확대 설명회를 열었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 이후 첫 외부 행사라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설명회는 서비스 차종을 승용차에서 승합차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 택시기사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지난해 7월 출시된 타다 프리미엄은 베이직 서비스와 달리 택시면허를 보유한 기사들이 직접 운행한다. 현재 수도권에서 100여대가 운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K7 차량으로만 운영됐는데, 타다 측은 카니발과 그랜저 차량 등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카니발 차량을 도입할 경우 베이직 서비스에서 쌓은 데이터와 사업 노하우가 프리미엄으로 이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고급택시 요건이 배기량 2800㏄ 이상 차량으로 정해져 있어 기존 베이직으로 운행된 카니발 경유차량은 프리미엄 차량으로 활용이 불가능하다. VCNC는 기존 카니발 차량의 전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타다 프리미엄은 탄력요금제로 운임이 일반택시 대비 높은 만큼 고수익을 기대하는 기사들의 관심이 높다는 전언이다. 회사 측은 새로 프리미엄에 가입하는 개인·법인이 차량을 구입할 경우 지원금과 플랫폼 수수료 3개월 면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타다의 이 같은 행보는 베이직 중단에 따른 사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재욱 VCNC 대표는 지난 2월 택시와의 상생모델인 프리미엄 운행 차량 규모를 1000대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차량 구매, 택시면허 확보 등 난관이 있어 대규모 사업 확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타다 베이직과 유사한 대형택시 서비스 ‘카카오T벤티’는 지난해 12월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아직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와의 협력모델은 규제 사항이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며 “차량 구입과 대형면허 전환 등에 택시 측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확장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멈춰선 타다 베이직 이용자 170만명의 수요를 현 모빌리티 최강자인 카카오가 가져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호출 서비스 기술을 고도화하고, 가맹택시 진출 지역을 넓히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4개 도시에서 4200대 규모로 운행 중인 카카오T블루 서비스는 지난 9일부터 울산·광주 등으로 확대됐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와 차차, 파파 등도 신규 서비스를 모색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렌터카 기반으로 타다 베이직과 유사한 서비스인 차차는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도입 유예기간인 1년6개월간 사업을 이어나감으로써 기존 타다 이용자와 드라이버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업을 확장한 후 정부의 모빌리티 혁신플랫폼 사업에 동참한다는 복안이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도 전국 10곳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