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매출액 7조원을 넘겼다. 업계에선 유통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지표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액 7조1530억원, 영업손실 7205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대형마트 ‘빅3’인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액(6조3310억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특히 2018년 영업손실이 1조1279억원이었던 탓에 2019년에는 2조원이 넘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영업손실을 4000억원 넘게 줄이자 유통업계가 놀란 분위기다.
쿠팡은 매출이 2018년 대비 3조원 가까이 오른 원인으로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객이 꾸준히 늘어난 것을 꼽았다.
쿠팡 관계자는 “매년 50% 이상씩 성장해 왔고, 기존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둔 덕에 고정비 비중이 줄었다”며 “고객과 거래가 늘면서 매출액은 커지고 고정비가 줄자 적자 규모도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무더기 배송 지연 사태가 벌어졌지만 쿠팡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둔 덕에 문제 없이 배송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더 많은 소비자가 동일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 7000억원은 리스크라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쿠팡이 투자 지속 기조를 이어간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비즈니스 구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투자한 게 실패한 데다 쿠팡도 적자 규모가 큰데 또 돈을 투자하겠나 싶다”며 “쿠팡이 언제까지 이 비즈니스 구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오프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는 여전히 오프라인만의 강점이 있다고 보지만 온라인은 더욱 가격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7000억원이라는 적자 규모가 작은 건 아니다”면서도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고 투자도 늘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새벽배송을 넘어 로켓프레시 당일배송과 같은 전에 없던 서비스로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