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 속 공채 폐지 가속화… 기업 78.7%, 상반기 수시채용만

입력 2020-04-15 04:07

실업(구직)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고용절벽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청년 구직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업들의 수시채용 강화와 채용 규모 축소 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428개 기업의 78.7%가 상반기에는 수시채용만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경우 60%가 수시채용만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16.7%에서 43.3%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중견기업은 75.4%가, 중소기업은 81.1%가 수시채용만 진행할 계획이다.

구직자들은 수시채용 확대 기조를 우려한다. 대기업은 공채를 통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데 공채 제도가 중단되면 채용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이다. 한모(여·24)씨는 “공채는 ‘조금이라도 뽑긴 하는구나’하는 안전망”이라며 “수시채용은 채용을 아예 안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을 걱정했다.

반면 기업들은 수시채용 확대 이유로 효율성을 꼽는다. 공채는 대학생들의 졸업 시기에 맞춰 서류평가, 필기평가, 면접 등 과정이 3~4개월간 진행된다. 다수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채용을 진행한다. 한 구직자가 여러 기업에 합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개월간 공들인 지원자를 채용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수시채용의 경우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없어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대면접촉을 지양하는 현 상황에서 수시로 소수의 지원자를 만나는 게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30년 가까이 유지되던 공채제도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신입사원 수시채용을 시작으로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우수한 인재 100명이 아니라 특출난 인재 1~2명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이들을 신속하게 데려오는 게 관건”이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가 인재채용 방식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이번 상황이 수시 채용으로 가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채용시장은 수시채용 중심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재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 중인 곳은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이다. 삼성전자, 삼성SDI는 13일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SK그룹도 지난 10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6개사의 신입사원과 인턴사원 서류 접수를 마쳤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