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밝았다. 입법부인 국회의 구성원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국민 주권의 엄숙한 행사다. 기독교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성경적 가치관, 예수라면 어떻게 투표할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나님의 정치’를 쓴 미국의 기독교 사상가 짐 월리스는 선거에 임하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하나님 편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월리스는 지도자를 세우는 기준으로 ‘인간의 생명과 존엄, 인권을 존중하는가’ ‘평화와 정의를 섬기는가’ ‘개인적·국가적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가’ 등을 제시했다. 국민일보는 14일 목회자와 신학자 6명에게 기독교인의 지혜로운 투표에 관해 물었다.
샬롬을꿈꾸는나비운동 대표이자 신학자인 김영한 박사는 “국회의원 선거는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뽑는 과정”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당리당략에 치우친 사람 대신, 국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이 규정하는 민주적 질서, 시장경제에 충실한 가치를 실현할 지도자를 선택하자”고 했다.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는 “성서의 가치를 잘 대변하는 사람으로 뽑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생명 평화 평등 인권 화해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 등 성경이 구체적으로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며 “예수님도 직접 실천한 생명존중 정신을 기준 삼으면 어떤 후보가 좋은 후보인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속 정당도 중요하지만, 기독교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건 해당 후보가 얼마나 성서의 뜻에 따라 살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정치 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후보의 신앙적 입장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목사는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후보, 정치를 맡겨도 될만한 사람에게 투표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은 배제하라”며 “국민의 권리인 만큼 기권하지 말고 반드시 투표하자”고 권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도 ‘신앙적 결단으로서의 투표’를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의 공의와 은혜만 따라 투표하라”며 “투표는 신앙고백적 행위여야 한다. 하늘의 가치를 갖고 투표하고 하나님 앞에 공의롭게 투표했다는 신앙적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는 “모든 편견을 버리고 사도 바울처럼 성령의 큰 권세를 가진 이를 구별해 일꾼을 세우자”며 “성령의 권세를 가진 사람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인데 위기가 닥쳤을 때 옥석이 가려진다”고 말했다.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일단 투표하는 게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며 “기도도, 투표도 안 하고 불평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은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직접 말씀하시지 않는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만 기도하는 성도가 많을수록 하나님은 정치인들을 겸손케 하실 것”이라고 했다.
6명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적 화해와 용서로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화 목사는 “특정 정당만의 독주가 아니라, 함께 정치하는 협치 모델이 만들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순 목사는 “여러 당이 협력할 수 있도록 서로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교회가 감당하자”고 권했다.
신상목 장창일 양민경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