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분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균주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 과정에서 자주 변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 개발되고 있는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웨이룽 대만 국립창화사범대 교수가 이끄는 대만·호주 공동연구팀은 지난 11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에서 모종의 변이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돌연변이가 나타난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단백질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인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에 감염을 막으려면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백신 개발도 스파이크 단백질 무력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변이가 발생했다면 백신 개발은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연구진은 “백신 개발을 위협할 만큼 특징적인 변이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발견은 코로나19 돌연변이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백신이 전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 케렐라주에 위치한 국가바이러스연구원이 지난 1월 한 환자에게서 문제의 변이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게놈 서열은 지난달에서야 국제 학계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해당 환자가 중국 우한에서 유학하다 귀국했지만 중국에서는 비슷한 변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이번 논문은 피어 리뷰를 거치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로 인해 변이가 생겼을 수도 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오독했을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와 확산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극히 적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은 알려져 있다. 중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바이러스의 정체가 처음으로 알려진 이후 세계적으로 3500개 이상의 변이가 보고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3가지 변종 형태로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