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광진을 집중 공략 이유는 ‘보수 잠룡’ 오세훈 지우기

입력 2020-04-15 04:04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서울 광진을 선거구를 유난히 각별하게 챙겼다.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이곳에 출마한 고민정 후보를 적극 밀어주면서 상대인 미래통합당 오세훈(사진) 후보 공격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지난 13일 고 후보 유세에는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뿐만 아니라 이인영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고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나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무리수까지 불사하며 고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 후보 지원유세를 두 차례나 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임 전 실장은 선거운동 기간 첫날인 지난 2일에 이어 12일에도 찾았다. 그는 “고민정이 뭐가 부족해 정치를 하고 싶었겠나. 책임감으로 용기를 낸 것”이라며 “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과 철학뿐 아니라 숨결까지 익힌 사람”이라고 말했다.

11일에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윤호중 사무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까지 등장했다. 양 원장은 “(고 후보는) 문 대통령이 참 아끼는 참모”라며 “앞으로 대통령 복심은 제가 아니라 고민정”이라고 했다. 양 원장은 고 후보 캠프와 정책협약식도 맺었다.

이처럼 민주당이 모든 화력을 광진을에 집중한 이유는 고 후보 당선도 중요하지만 오세훈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는 전략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앞으로 대권 가도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확장성이 있는 보수의 잠룡을 이번 기회에 꺾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오 후보의 21대 국회 입성 여부는 차기 보수 진영의 대권 지형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오 후보는 보기 드물게 영남이 아니라 수도권에 입지를 둔 보수 대권 주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가 있어 ‘탄핵 프레임’에서도 자유롭다 보니 다른 주자보다 중도 확장력이 크다. 선거 막판까지 접전 중인 광진을 선거 결과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통합당도 맞불을 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4일 광진을에 찾아가 “망가져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오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민주당이 돈을 살포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심사가 있지만 유권자들이 현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 변수는 결국 통합당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통합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황교안 대표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오 후보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심리가 결집할지, 아니면 민주당의 총공세 전략이 끝까지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