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바꾸는 유권자의 힘 ⑩]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다

입력 2020-04-15 04:01
국정안정과 거여견제, 엄중 선택해야
진영 대결에 골몰하는 싸움꾼 아니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재 뽑아야


21대 총선거 투표일이 밝았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다. 투표의 힘으로 정치를 바로 세울 기회가 다가왔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정치가 바뀌고 나라가 산다. 유권자의 건강한 분노가 나쁜 정치를 혁파하고 양식에 근거한 지지는 참된 미래 권력을 키운다.

이번 선거전은 유례없는 혼탁상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정책과 공약 경쟁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한 빈 공간을 여야의 극단적 진영 싸움이 점령했다. 후보자들과 유권자의 접촉이 현저히 줄어든 틈새를 막말과 비방, 폭로, 고소·고발이 채웠다. 중앙당이 진영 전쟁에 앞장섰다. “쓰레기 같은 정당” “자기들 목적을 위해 테러를 할지도 모른다”는 등 상대를 정치적 경쟁자로 보지 않는 막장 발언이 잇따랐다. 조국 사태 때 빚어진 극심한 국론 분열이 재연되는 양상을 보였다. 근거를 알기 어려운 토착 왜구론이 등장했고, 조국 사태에 기대 이익을 챙겨보려는 당략이 양대 진영 모두에서 불거져 나왔다. 국민과 국가의 장래보다 권력 쟁취에만 혈안이 된 때문이다.

비례대표 전담이란 낯 뜨거운 수식어가 붙은 위성정당들이 버젓이 투표용지에 오르는 촌극이 헌정사에 남게 된 것은 무엇보다 실망스럽다. 우리 정치의 민낯, 정당 정치의 현주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여야의 공약 경쟁이 포퓰리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정치와 정당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투표를 외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 투표장을 찾아야 한다. 역대 가장 높았던 사전투표율이 보여준 투표 참여의 열기를 이어가야 한다. 촛불 혁명의 완성이든 국정 심판이든, 진보나 보수든, 여나 야든, 어느 한쪽에 냉엄한 선택을 하는 게 유권자의 몫이다. 국난 극복을 위한 국정안정론이든 거여 폭주 견제론이든 참정권을 기꺼이 행사함으로써 정치세력을 견인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총선은 지역구 의원을 뽑는 선거다. 정당을 보고 하는 투표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4년간 국회를 꾸려갈 대표자를 뽑는 게 기본이다. 어느 지역은 어느 당이란 틀에서 벗어나 인물을 제대로 보고 뽑아야 한다. 지역의 선량은 유력한 정치인, 국가의 인재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춘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영 대결에만 골몰하는 싸움꾼, 술수에 능란한 협잡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상대와 소통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민주적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21대 국회가 상생의 정치, 협치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합리적 실용적 중도가 정치에 뿌리내릴 기회를 유권자들이 신성한 한 표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