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법관에 대한 합리적 권위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충분한 보완책 없는 전용차량 배정 변경은 부적절하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재정·시설분과위원회의 다수 의견이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전용차량을 유지해야 한다며 내세운 논리 중 하나다. 뒤집으면 전용차량을 없앨 경우 법관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 9일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을 없앤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분과위 다수 의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분과위 다수 의견은 전용차량을 축소·폐지하면 사법부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수 의견은 “국민의 눈높이 및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를 이유로 (전용차량) 배정 대상을 축소하면 사법부의 위상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여론의 비판에 휩쓸릴 필요가 없고, 검찰이 지난해 검사장 전용차량을 폐지했다고 해서 따라갈 이유도 없다는 것이었다.
전용차량이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선 “후생복지 측면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평생법관·원로법관제를 추진하고 있어 검찰처럼 검사장 전용차량을 폐지하는 대신 명예퇴직수당을 주는 식의 대안을 택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수 의견은 반대급부 없이 복지를 뺏으면 과한 불이익 처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 폐지는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심사에서 기정사실화됐던 사안이다. 법사위는 당시 고법 부장판사급 전용차량의 폐지·축소를 전제로 지난달 31일까지 변경방안을 보고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법원 내부에선 엉뚱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법원 고위 관계자는 “현행 유지가 분과위 다수의견이라는 것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사법부의 권위는 전용차량 같은 겉모습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통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당부가 여전히 유효하길 바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