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수출공장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줄줄이 멈춰서고 있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판매 부진 여파가 국내로 뻗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공장이 줄줄이 셧다운을 선언했을 때도 국내 공장들은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끝내 막힌 수출길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13일 수출 모델을 생산하는 국내 공장의 일부 라인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수출국에서 주력 모델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수출 주력 모델인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라인을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임시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코나와 벨로스터를 만드는 울산 1공장은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
기아차는 오는 23~29일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멈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 소하리 1, 2공장과 광주 2공장 등이 임시휴업 검토 대상이다. 이들 공장은 카니발, 스팅어, K9, 스포티지, 쏘울 등 수출 차종을 생산해 왔다. 앞서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를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의 충남 서산 공장도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임시휴업했다.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등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걱정이 크다. 르노삼성차는 유럽, 한국지엠은 미국으로부터 부품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해외 수급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이달 초부터 일부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평택 공장의 라인 일부를 세우는 순환휴업을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타이어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금호타이어는 두 차례에 걸쳐 총 7일간(12~15일, 23~25일) 광주 곡성 평택 등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휴무에 따른 재고조정과 공정의 효율성 제고, 설비 점검을 위해 휴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14∼16일 대전, 금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넥센타이어도 경남 양산, 창녕 공장의 생산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사는 지난달 내수 판매에서 전년 동기 대비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등 신차 출시 효과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해외 판매는 총 44만6801대였다. 전년 동기 대비 20.9% 줄어든 수치다. 주요 수출 지역의 수요가 줄고, 해외 현지 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량까지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애널리스트는 “중국을 시발점으로 유럽과 북미 지역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국가들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전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가 우려된다”고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