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 백신 연구 위해 개인정보 활용” vs “자유 침해”

입력 2020-04-14 04:03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동선 추적이나 백신 연구 등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염병 확산과 그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침해당해도 괜찮을까.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기업에 제공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기업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는 영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패컬티와 손잡고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이사회 멤버인 피터 틸이 세운 빅데이터 회사다. 매체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작성한 문서에서 2주 전 패컬티가 코로나19 표적 집단면역 전략과 관련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환자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내용도 확인했다.

NHS의 디지털혁신 부문인 NHXS 측은 “정부에 질병과 관련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 저장소’를 구축하려고 했다”면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기업은 영리 목적을 위해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유할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가디언은 “감염자들의 정보는 익명으로 제공됐지만 성별, 증상, 코로나19 검사 결과, 치료 내용, NHS 긴급콜센터(111)에 전화한 기록, 우편번호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환자의 동선을 추적하기 위해 전화기 위치추적 데이터가 활용될 수도 있다”면서 “중앙정부가 민감한 정보를 이처럼 사용한다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전문가들은 의혹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과 애플도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추적을 위해 공동 기술개발에 나섰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단거리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 근처에 있는 다른 스마트폰의 기록을 수집하고, 감염자로 등록된 이용자의 스마트폰 블루투스 신호를 감지하면 경고해주는 것이다.

이 앱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매우 흥미롭지만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 부분은 정부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전 국민에게 공개한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관리하기 위해 전자손목밴드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나라는 많지 않다. 독일 정부는 한국의 대응방식을 벤치마킹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방역에 활용하려 했다가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프랑스의 유력 경제지 레제코는 지난 6일 온라인판에 ‘코로나19와 동선 추적: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독자투고를 실었다. 기고자인 변호사 바르지니 프라델은 “한국과 대만이 코로나19 대응을 다른 곳보다 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확진자 동선 추적을 시행한 것을 언급하며 “그 두 나라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이 지난 몇 년간 디지털 감시를 하고 시민을 억압했듯이 한국도 그랬다”고 비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