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는 부동산 시장… 2008년 금융위기 그림자 ‘어른어른’

입력 2020-04-14 20:46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한 반면 강북 매매가격은 상승한 1분기 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 판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강남을 중심으로 거품이 빠지며 아파트 가격이 폭락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올해도 3월을 기점으로 매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곧 폭락장이 올지 모른다는 조심스런 전망 속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동향지수는 98.4를 기록해 100 이하로 떨어졌다. 100을 기준점으로 100 미만이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고 100을 초과하면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다. 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가 10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7일(97.8)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시장은 올해 6월 예정된 규제 강화로 매수심리가 꾸준히 하락세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하며 매수심리 악화를 더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2008년과 현재 부동산 시장이 매우 유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말에서 2008년 8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노원(22.23%), 도봉(21.80%), 중랑(18.87%), 금천(12.48%), 강북(12.42%) 등 강북 지역에서 크게 올랐다. 반면 이른바 강남 4구라고 불리는 송파(-4.26%), 강동(-4.09%), 강남(-2.16%), 서초(-1.61%)는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2008년 리먼 사태 직전의 흐름과 비슷했다. 노원(4.59%)과 강북(4.25%), 성북(3.80%), 동대문(3.44%), 도봉(2.77%)이 서울 평균 상승률(1.61%)을 웃돌았다. 강남을 규제하면서 비규제지역으로 자금이 몰리는 ‘풍선효과’ 탓이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용산(0.25%), 송파(0.25%), 종로(0.38%), 서초(0.42%), 강남(0.65%) 등은 지난해보다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자 강남을 시작으로 줄줄이 매매가격이 하락하거나 성장세가 꺾였다. 2008년에도 금융위기가 터지고 한 달 후인 10월부터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과 현재가 겉으로 드러난 등락 추이만 비슷할 뿐 속사정은 판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량이 적어 하락세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착시효과가 온 것이며, 시장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과민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시장이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폭락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더구나 2008년과 지금은 (부동산 폭락이 지속되지 않을 거라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