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중소병원에 이어 대형병원도 경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빅5’(국내 5개 상급종합병원)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를 선별하는 작업부터 치료까지 수행하는 동시에 환자 감소로 인한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수도권 대형병원의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로 병원을 찾는 외래·입원환자는 10~15%가량 줄어들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후 외래·입원환자 모두 10~15% 축소됐고, 코로나19 환자 발생에 대비해 병상을 비워두다 보니 병상가동률도 80~85%로 평소보다 10%가량 떨어졌다”고 전했다. 단순히 환자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관리 투자, 인력 투입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도 외래·입원환자 감소로 전반적인 수익이 감소했다. 호흡기질환 환자를 따로 안내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안심진료소를 갖추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장기전에 대비해 비상경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3월 초까지 외래환자가 20~30% 급감하다가 최근 회복되는 추세이지만 평년 수준으로 돌아오진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병 후 중환자실의 3분의 1을 비워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강남구에 해외유입 의심환자가 늘어 진단검사 물량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5월과 7월, 12월로 나눠 예상하고 그에 맞는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대형병원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중소병원은 당장 존폐 기로에 서 있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TF는 지난 7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병원들의 경영 악화가 구체화되고 있다”며 “자칫 의료기관의 연쇄적인 도산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현재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입은 손실 보상을 위해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병원 상황이 나아지려면 코로나19 사태가 빠른 시간 내 잦아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어드니 건강보험료 지출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외래 환자 감소로 평소보다 건보료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저소득층 보험료 감면 정책을 시행할 때 건보 재정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 감소로 보험료 지출이 평년에 비해 줄어들어 재정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