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목구멍’ 리선권, 국무위원 임명… 최선희, 국무위원직 유지

입력 2020-04-14 04:05
최룡해(앞줄 가운데)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지난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 대의원증을 들어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고 했던 리선권(오른쪽 위 작은 사진) 외무상이 북한 최고지도기구인 국무위원회의 국무위원으로 임명됐다. 리용호 전 외무상과 함께 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미국통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국무위원직을 유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 후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비핵화 협상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우리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해 논란이 됐던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북한 정권 최고 지도기구인 국무위원회에 진입했다. 리용호 전 외무상과 함께 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미국통’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국무위원직을 유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 후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비핵화 협상을 고려하고 있음을 인선으로 보여준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 회의에서 리선권 외무상이 국무위원으로 임명됐다고 13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형준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병철 당 군수담당 부위원장, 김정호 인민보안상, 김정관 인민무력상 등도 국무위원에 임명됐다.

북·미 협상을 이끌어온 최 제1부상은 이날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돼 국무위원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리용호 전 외무상이 북·미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그와 함께 대미 외교 ‘투톱’을 이뤘던 최 제1부상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외교안보 라인의 변화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며 “과도한 인선을 단행하지 않으면서 ‘일단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은 지난 1월 리선권 외무상 임명 이후 지금까지 공석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임명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주요 대남 창구인 조평통을 비워둔 것은 ‘통미봉남’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이날 회의에서 북한 당국은 올해 보건부문 투자를 전년 대비 7.4%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조치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회의가 대북 제재 ‘정면 돌파전’ 수행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법령 처리와 예산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