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부활절… ‘기쁨의 50일’ 누리세요

입력 2020-04-14 00:01
부활절을 기념하는 달걀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성도들. 국민일보DB

부활절은 12일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달 31일까지 ‘기쁨의 50일’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쁨의 50일은 부활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절기다. 일부 교회가 부활절 기념 예배를 26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뒤 사흘 만에 부활하시고 40일 동안 제자들과 동행한 뒤 승천하셨다. 이를 목격한 제자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를 시작했고 결국 약속하신 성령이 임했다. 이를 성령강림절로 기념한다.

초대교회 전통에서도 부활 절기는 성령강림절까지였다. 이 기간에는 금식도 할 수 없었고 무릎 꿇는 것조차 금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기쁨의 50일은 기쁨과 축제에 방점을 찍은 교회의 오랜 전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지 않은 교회가 온라인으로 부활절 예배를 드리면서 기쁨의 50일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부활의 기쁨을 긴 시간 나누자는 취지에서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13일 “부활절은 단 하루에 박제된 것과 같은 단절된 절기가 아니라 성령강림절까지 50일 동안 이어지는 선 같은 절기”라면서 “이 기간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뻐하고 이웃과 쉬지 않고 나눠야 한다. 나눔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부활절 예배에 제약이 많았는데 이럴 때일수록 기쁨의 50일 같은 교회의 전통을 새롭게 기억하고 이를 삶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부활절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못한 아쉬움을 50일 동안 매일 기쁨으로 채워가자”고 제안했다.

지역교회 중 기쁨의 50일의 의미를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서울 소망교회(김경진 목사)는 ‘부활절 기쁨의 50일, 착한 소나기’ 운동을 한다. 교인들은 50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하고, 선물 상자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운동에 참여한다. ‘소나기’는 3가지 다짐의 첫 자를 따 만든 조어다.

김경진 목사는 “초대교회는 부활의 의미를 충실히 지키기 위해 성령강림절까지를 부활절로 봤다”면서 “매일 축제를 치른다는 마음으로 지켰던 기쁨의 절기로서 부활 후 제자들과 함께 지냈던 예수의 행적을 좇아 함께 기도하고 기뻐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전통을 기념하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착한 소나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천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도 ‘이웃과 함께하는 부활절 기쁨의 50일 운동’을 진행한다. 지역사회에 부활의 기쁨을 전하고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이 기간 교회는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해 장 보기, 사랑의 선물상자 전달하기 등 나눔 활동을 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