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바꾸는 유권자의 힘 ⑨] 네거티브로 얼룩진 선거, 유권자 안목 중요해졌다

입력 2020-04-14 04:01
4·15 총선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으로 상대를 헐뜯거나, 막말을 쏟아내는 등 네거티브 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폭로나 고소·고발전도 가열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노이즈 마케팅이나 막말 등에 현혹되지 말고 막판까지 후보의 면면과 공약 등을 잘 살펴 시대가 원하는 일꾼을 제대로 골라내야 한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정봉주 최고위원이 유튜브 방송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맹비난했다가 논란이 되자 13일 사과했다. 그는 전날 방송에서 자신을 ‘개쓰레기’ 취급했다며 민주당 지도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자신을 비판한 네티즌들에게는 ‘개XX들아’라고 욕설까지 했다. 국민의 표를 구하겠다는 공당의 지도부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질스러운 발언이었다.

이날 뒤늦게 제명처리됐지만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는 이번 총선을 막말 시궁창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과 경쟁하는 상대 당 여성 후보의 현수막을 문제 삼아 성적 표현까지 동원해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쳤다. 차 후보를 진즉에 제명하지 않고 당초 ‘탈당 권유’라는 솜방망이 징계로 면죄부를 준 통합당이 막말 행진의 방조자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경기 안산단원을에 출마한 민주당 김남국 후보는 지난해 2월까지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통합당에 따르면 김 후보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그 정도면 내가 바로 한 달 뒤에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하거나 다른 출연자들의 발언에 맞장구를 쳤다. 이에 김 후보는 악의적인 네거티브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밖에 서울 동작을, 경기 안양동안을 등 전국 각지에서 상대 후보에게 고소·고발을 제기하는 등 선거가 갈수록 이전투구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선거철 정치인들의 각종 노이즈 마케팅은 공약이나 비전과 같은 정치적 콘텐츠가 빈약하기 때문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막말 등으로 좀 시끄럽더라도 한쪽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켜 보겠다는 비뚤어진 심산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일보와 경기대 빅데이터센터가 공동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선거 직전 상대 후보에게 네거티브 전략을 쓸수록 당선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 지지층을 결집시키더라도 전체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각인돼 결국 낙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유권자들이 정도를 벗어난 후보자들을 잘 기억해뒀다가 엄중히 심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