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스포츠는 어떤 변화와 마주하게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안전 관련 규약을 강화시켰고 마케팅에 새로운 기법을 불러왔다. 앞으로 프로 리그를 개막 또는 재개할 경기장의 풍경도 달라질 수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띌 변화로 ‘하이파이브’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더스티 베이커(71) 감독은 13일(한국시간)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정규리그를 시작하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할 목적으로 하이파이브가 금지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하이파이브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커 감독은 ‘하이파이브의 창시자’ 격의 지위를 가진 스포츠맨이다. LA 다저스 타자였던 1977년 10월 2일 홈경기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치고 동료 글렌 버크와 손바닥을 마주쳤는데, 이 세리머니는 스포츠 사상 최초의 하이파이브로 지목돼 있다. 하이파이브는 그 이후 경기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세리머니가 됐다. 베이커 감독은 지도자로 전향한 뒤에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된 각 종목의 프로 리그가 앞으로 재개되면 세리머니에서 독보적이었던 하이파이브의 지위는 달라질 수 있다. 경기 외적인 요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를 유지하도록 행동이 제한되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체를 접촉하는 동작을 기피하면 하이파이브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있어서다. 당장 세계 4대 프로야구 중 가장 먼저 정규리그를 시작한 대만프로야구에서 하이파이브를 대체할 여러 동작들이 제시됐다.
대만프로야구 중신 브라더스 선수들은 지난 12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퉁이 라이온즈와 가진 2020시즌 정규리그 개막전 홈경기를 앞두고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을 받을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대신해 깍지를 끼거나 허공에 손을 흔들며 입장했다.
체육학계는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새로운 표준, 이른바 ‘뉴 노멀’을 예측하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연기’를 초래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모아졌던 권한을 회원국과 선수 중심으로 분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e스포츠 같은 제도권 밖 종목의 메이저 진입을 앞당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파이브 같은 동적인 세리머니가 정적으로 변화하면 마케팅·중계방송의 기법도 바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예측되는 변화는 ‘팬’ 개념의 재정립이다. 김대희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프로스포츠에서 팬의 개념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질 무관중 경기들은 팬의 개념을 급변시킬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경기장을 찾아가는 관객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지만, 앞으로는 장외에서 TV·인터넷·모바일 같은 여러 플랫폼으로 경기를 관전하는 시청자에게 가장 높은 비중을 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선임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소비 주체인 팬의 개념이 바뀌면 프로스포츠 시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팀 단위로 경기하는 구기 종목, 수영장이나 체육관처럼 대형 시설을 요하는 실내 종목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생존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