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기독 학생들이 부활절을 맞아 찬양곡 ‘그가 오신 이유’를 ‘사회적 거리 두기’ 버전 합창 영상으로 만들었다. 함께 모여 부르는 일반 합창과 달리 해당 영상에선 70여명의 학생들이 각자 처소에서 노래를 불렀다(사진).
경북 포항의 기독 대안학교인 한동글로벌학교 재학생들은 지난 10일 자신들이 만든 합창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학생들은 각자 맡은 파트를 부르는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하나로 모으는 방식으로 합창 영상을 제작했다. 한동글로벌학교는 지난 10년간 부활절마다 뮤지컬 등 공연을 준비해 지역사회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공연이 힘들어지자, 대신 준비한 것이 바로 이 합창이다. 11학년(고2) 40여명, 12학년(고3) 3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과 함께 이 영상을 제작한 한동글로벌학교 서지훈 음악 교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과 부활절을 앞두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해 시작하게 됐다”며 “서로 다른 공간에 있어도 하모니를 이루며 하나의 합창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70명이 넘는 학생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각자 박자가 미묘하게 달랐고, 숨 쉬는 곳도 다 달랐다. 음정이 틀린 학생들도 있었다. 서 교사는 박자를 맞추고 음정을 조정하는 작업에만 이틀 밤을 새웠다고 했다. 먼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학생들을 분류했고, 한 명 한 명 음을 맞췄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감동의 연속이었다. 그는 “각자 소리가 다른데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감동이 있었다”며 “파트별로, 2부로, 4부로 묶었을 때 그때마다 감동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반주를 덧입히는 작업은 이 학교 졸업생인 작곡가 김천범씨가 도움을 줬다. 서 교사는 “김씨가 피아노 반주를 넣고 악기도 넣어 오케스트라 분위기가 나게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한동글로벌학교 교사 기도회 때 깜짝 공개됐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을 못 보는 상황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찬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오자 다들 감동했다고 한다. 서 교사는 “(코로나19로) 특별한 고난주간을 보냈다”며 “무엇 때문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는지 학생들과 함께 묵상했으면 했다. 그가 오신 이유를 선곡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