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은 치트키를 써야 할 때

입력 2020-04-14 04:04

경제위기가 재정만으로 해결 가능할까. 추가경정예산은 누적되는 국가 부채로 인해 결국 미래의 세금 부담으로 전가된다. 재정 건전성 우려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인 ‘헬리콥터 머니’가 꼽힌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통화를 직접 또는 중앙정부를 통해 민간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양적완화와 달리 ‘미상환 부채’로 처리돼 재정 부담을 키우지 않는다.

통상적 재원 조달 방식과 다른 헬리콥터 머니는 그동안 왜 금기시돼 왔는가. 첫 번째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다.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이 중앙정부에 종속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훼손되면 정부가 원하는 경기 안정 외에 물가 안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에 놓여 있다. 중앙정부나 중앙은행 목표는 모두 확장적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헬리콥터 머니가 결코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두 번째로 헬리콥터 머니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우려다. 그러나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실질적인 채무 부담을 완화시켜 총수요를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은 적절한 출구전략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외환위기 가능성이다. 헬리콥터 머니는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외환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처럼 필요할 때 달러화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공조가 이뤄진다면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고가 위협받지 않는 수준에서 헬리콥터 머니의 규모를 결정해볼 수 있다. 헬리콥터 머니는 게임에서 말하는 ‘치트키’(일종의 만능열쇠)일 수 있다. 현 상황은 치트키를 사용해야 할 때다. 전혀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경제 충격이 완화되고 정상적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그때 가서 치트키를 서랍장 안에 넣어두면 된다. 10년 후에 다시 사용할 일이 없기를 기도하면서.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