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작년말 코로나 경고” WHO “사람 간 전염 언급 없어” 공방 격화

입력 2020-04-13 04:07
지난 2월 우한 임시병원에 수용된 신종코로나 환자들. 신화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 경고를 무시했다는 주장을 놓고 대만과 WHO의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이 갈등은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 부장(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2월 31일 WHO에 보낸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공개된 메일에는 “중국 우한에서 이례적인 폐렴 환자가 최소 7건 보고됐다. 중국 당국은 이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으며 환자들은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월 20일 중국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인정하기 전 이미 대만이 WHO에 이를 강하게 암시했다는 것이다. WHO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던 1월 중순 중국 당국의 예비조사 결과를 인용해 “사람 간 전염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WHO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정부를 두둔하느라 적극적으로 위기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천 부장은 “격리 치료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는 전문가나 의사라면 누구나 다 안다”며 “이게 경고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경고냐”고 반문했다. 일본 NHK방송은 대만의 이런 태도가 WHO의 친중 성향을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보조를 맞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논란에 불을 붙인 건 미국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9일 WHO가 대만의 경고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매우 깊이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는 많이 틀렸다. (경고할) 때를 놓쳤다”고 비판하며 자금 지원 보류를 강하게 압박하던 시점이다.

이에 WHO는 대만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건 맞지만 사람 간 전염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중국 정부도 “대만이 악의적으로 WHO를 공격하고 있다”며 WHO를 두둔했다. 그러자 대만은 국제기구에 보낸 문서까지 공개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코로나19 초기 대응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대만은 중국의 반대로 WHO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이 때문에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크다. 하지만 WHO는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을 의식해 관련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