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주빈 “사람들이 열광해 제어 못했다”

입력 2020-04-13 04:01

지난달 25일부터 검찰 조사를 받아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변호사님, 사임 안 하실 거죠”였다고 한다. 조씨는 본인이 크게 처벌을 받으리라는 것,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는 강도 높은 피의자 신문을 받으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검찰에서 “이제 와 돌이켜보면 너무 큰 잘못을 했다” “사람들이 열광을 하기에 제어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의 질문에 진술을 거부하거나,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다투지 않았다. 아는 대로 진술했으며 참회하는 태도에 가까웠다고 조씨 측은 전했다.

조씨가 억울해한 대목이 한 가지 있다면 마약에 대한 의심이었다고 한다. 조씨는 ‘박사방’ 운영 전인 2018년쯤 SNS를 통해 “마약을 판다”고 속여 200만원가량을 챙겼다고 진술했다. 검·경은 조씨가 실제 마약을 소지하거나 판매했는지 의심했으나 조씨는 “실제 마약을 유통한 것은 없다”며 “사기를 친 것”이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조씨의 마약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조씨는 텔레그램 방에서 정치인, 연예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아는 것처럼 굴며 대단한 정보력을 가진 인물로 행세했는데 허풍을 떨었다는 식으로 털어놨다고 한다. 그는 텔레그램 방에서 “내가 입을 열면 대한민국이 흔들린다”고도 했는데 수사기관은 허풍이 섞였다고 본다.

그는 자신의 대단함을 과시하기 위해 ‘박사방’의 역사와 조직을 설명하기도 했었다.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무협소설처럼 짜깁기한 것으로 모든 내용이 사실은 아니라고 한다. 조씨 스스로도 으스대기 위한 일이었다고 자인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범죄수익이 방에서 발견된 현금, 그리고 ‘먹어치운’ 것 정도라고 강조했다. 마약 사기를 저지른 이후부터 검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방에 틀어박혀 매월 200만~300만원어치씩 폭식을 했다는 것이 조씨의 주장이다. 조씨는 박사방 유료회원들의 입장료가 외화 형식으로 바뀌어 배분됐다는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에도 변호인을 민원실 등지에서 틈틈이 접견했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악마를 자처한 이에게도 의지할 사람은 변호인뿐이었고, 나약한 모습을 숨기지 못한 셈이다. 조씨 측은 “조씨가 반성은 충분히 하고 있다”며 “영원히 격리되지 않는다면, 그가 또 다른 범죄자가 되지 않고 제대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구속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12일에도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총괄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에 출석했다. 검찰은 조씨의 살인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 의견대로 불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범죄단체 조직과 범죄수익 배분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이번 공소장에는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구속기한 마지막 날인 13일 조씨와 공범들을 재판에 넘기며 그간의 수사 결과와 향후 보완 수사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주도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지고 시행된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