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사는 취업준비생 박모(26)씨는 1년4개월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카페에서 지난 10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50대 사장 부부는 “상황이 정상화되면 꼭 다시 부르겠다”고 말한 뒤 2시간 일찍 퇴근하라고 했다. 최씨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취직도 안 했는데 실직을 경험했다”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뿐 아니라 정규직까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구인 모집 공고에는 사람이 몰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산업별 서비스업생산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음식점업의 생산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6% 감소했다. 카페 등 기타 간이음식점업 역시 7.4% 쪼그라들었다. 3월 서비스업생산지수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곳에는 문의전화가 몰리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8)씨는 “카페 아르바이트 1명을 뽑는 데 대학 새내기부터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까지 지원했다”고 말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는 “카페 아르바이트 1명 뽑는 데 400명이 몰렸다”거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쟁률도 30대 1”이라는 글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정규직이라고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다. 항공업계에 이어 의류업계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한 회사는 지난주 50여명을 정리해고했는데 대부분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근속연수 1년 미만의 직원들로 알려졌다. 다른 회사 역시 직원 50%에 대해 무기한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남은 인원은 급여를 30% 삭감했다. 직장인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불만을 제기했다가 인사고과 등에 반영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호텔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최근 연봉 20% 삭감조치를 말없이 받아들였다. 경매회사에서 일하는 이모(29)씨도 “연봉협상에 대해 아무런 얘기가 없지만 직원 대부분은 ‘시국이 이러니 올해는 넘어가나 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정우진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