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코로나19 피해 소기업·소상공인에게 희망을 드립니다”

입력 2020-04-13 18:15
부산신용보증재단에 파견된 BNK부산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긴급자금 대출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부산신용보증재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소기업·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부산신용보증재단(부산신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부산신보는 1997년 설립 이래 경제위기 때마다 공적 보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다.

부산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지역 내 소기업과 소상공인 채무를 금융기관에 보증해줘 이들의 자금 융통을 원할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재원인 출연금을 확보하고 이 출연금을 기반으로 지역 소상공인에게 특례 보증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금 융통을 원활히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민 복리 증진에 이바지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이곳으로 향하는 소기업·소상공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신보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부산신보 보증 상담 신청 건수는 올 초 200건 정도였으나 최근 1000건가량 늘었다. 특히 부산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1.8배로 증가했고, 3월 말 기준으로는 3.7배 이상 늘었다. 지역경제의 위기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수치다.

부산신보는 올해 목표를 지난해 목표인 4340억원보다 15% 상향한 50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코로나19 충격으로 올 연말까지 1조원 달성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임직원 모두가 나서 자금지원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신보의 지난 8일 현재 신규지원금액은 3500억원이다.

부산신보는 평상시보다 급증한 업무량에 따라 긴급 대응책을 마련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 먼저 본점 내에 신속집행(Fast-track)팀을 만들고 심사위원 등을 충원했다. 이를 통해 지점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고 보증승인 지연을 방지했으며, 빠른 심사를 진행해 원활히 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부산시 청년인턴 10명과 상공계 대학 재학생 12명을 각 지점으로 배치하고, 금융권 경력이 있는 인력을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등 지원인력을 충원해 대응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시중은행, 정부 부처, 금융권 등과 긴밀한 협력 체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보증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존 재단에서 수행하던 보증 상담, 서류접수, 현장실사, 약정 등의 업무를 시중은행에 위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 진행 속도를 크게 높였다. 금융회사 업무위탁은 상담 신청을 분산 시켜 많은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보증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보증 심사 절차 간소화는 신속한 자금 집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부산신보는 시중은행들과도 원활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며 추가 지원인력 등을 보강해 나가고 있다. 단기 계약직 20명을 추가 채용한 데 이어 부산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총 39명의 파견직원이 자금 신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류했다. 파견직원들은 지난 1일부터 3개월가량 보증신청 건 조사와 심사 업무를 맡아 처리할 예정이다. 여기에 부산시와 중기부, 국방부에서도 지원 인력이 나와 업무를 처리 중이다. 이를 통해 보증서 발급 속도를 현재 4주에서 2주 내로 단축한다는 방안이다.

부산신보의 발 빠른 대응으로 부산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자금 집행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부산신보는 현재 보증 상담 접수기준 특·광역시 가운데 보증서 발급과 대출 실행이 모두 상위권의 집행실적을 보인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메르스 사태, 일본 수출 위기 등 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부산신보는 서민경제 위기 극복을 돕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 이병태 부산신보 이사장
“코로나 사태 계기로 더 나은 서비스 제공하도록 노력”


“부산신용보증재단 23년 역사를 보면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조직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정국을 또 한 번의 성장 기회로 삼아 소기업인·소상공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신보 본점에서 만난 이병태(사진)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산 위기 사태를 맞아 지역 상권 회복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조직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신보는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 되기 전 이미 부산은행과 1500억원 규모의 중·소상공인 지원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신속한 보증실행으로 자금 수요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정책자금의 대출 전국단위 집행실적이 접수 대비 보증서 발급 비율 84%로 전국 선두를 기록했다.

이 이사장은 “격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준 결과”라면서 “초과 근무 등 특수상황에 노조의 협조가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해 다양한 자금 지원제도를 마련해 놓았지만, 현장에서 시민이 정책을 체감하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15명가량의 정규직을 늘여 집행에 더욱 속도를 내고 추후 동래 영업점을 확충해 지역 소기업인·소상공인 지원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경남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85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외환은행 부산·울산·경남본부장 및 KEB하나은행 부산·울산본부장, 미래신용정보 부사장을 역임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