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고리’ 올라탔나… 대출 연체, 적금·보험 해지 급증

입력 2020-04-13 04:05

자금난에 봉착한 가계와 자영업자 등이 대출 연체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대출 급증과 연체율 증가의 ‘조합’은 자금 악순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가계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예·적금과 보험계약 해지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 해지는 불황의 전조를 알려주는 카나리아로 불리기도 한다.

1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윤한홍 의원실에 제출한 ‘월별 소상공인 정책자금 연체율’(2016~2020년 3월)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연체율은 8.7%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정부가 근로자 5인 미만의 소상공인에게 빌려주는 자금이다. 연체액은 153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917억원)보다 68.6% 늘었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연체율이 높았다. 경남이 11.4%로 가장 높았고 경북(11.1%)과 광주광역시(10.8%), 울산(10.4%) 등의 순이었다.

가계 및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였다. 전월 말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3% 포인트, 0.01% 포인트 오른 수치다. 중소기업대출(0.54%)과 개인사업자대출(0.33%) 연체율은 한 달 전보다 각각 0.09% 포인트, 0.04% 포인트 올랐다.

당시 1월 상황은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때라는 점, 또 연체율 집계가 대출 시점으로부터 일정기간 시차를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 5월 정도 연체율 상승폭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8일 금융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단일·다중 채무자를 대상으로 6~12개월 원금 상환 등 채무조정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 경우 일정기간 연체율 증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보험이나 예·적금을 깨는 경우다. 가계금융의 ‘최후의 보루’이기도 한 보험은 급전이 필요하거나 대안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그동안 낸 보험료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 8곳의 지난달 해지 환급금은 3조162억원이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9.5%나 뛰었다. 보험 해지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도 2조700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6%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해지액(개인고객 기준)도 지난달 기준으로 7조73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5조7000억원대에서 한 달 새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보험 판매 실적이 주춤한 상황에서 계약 해지율이 급증한 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갑작스럽게 보험료 납부가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 감액 완납 제도, 자동대출납입제도 등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