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호텔업계 3월 피해액 5800억 ‘비명’

입력 2020-04-13 04: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리조트업계가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유·무급 휴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3성급 호텔이나 소규모 리조트부터 문닫는 곳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예약이 크게 줄면서 지난달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약 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가 급감한 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비즈니스 숙박객까지 발길이 뚝 끊기면서다.

‘개점휴업’ 상태인 호텔들은 일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휴직과 급여 삭감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계열사 4개 호텔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1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6주 동안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3주씩만 근무하되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4월 한 달 동안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간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했다. 롯테호텔도 3~4월 7일 단위의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아예 운영을 중단한 곳도 생겼다. 그랜드워커힐서울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한 달 동안 객실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파크하얏트서울도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의 4~5성급 호텔 가운데 상당수가 평일 뷔페 레스토랑, 수영장, 헬스클럽 등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유례없는 불황에 호텔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인력 감축보다는 유·무급 휴직으로 비용 절감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호텔업이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감축은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실 청소나 시설 관리를 하는 비정규직과 외주 용역 업체 종사자들은 사실상 실직 위기에 놓여 있다.

대기업이나 자본이 탄탄한 회사가 운영하는 경우 코로나19 악재를 버틸 체력이 있지만 문제는 소규모 호텔·리조트들이다. 지난달 말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 법인 ㈜에이치티씨(HTC)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HTC는 1997년 설립해 청풍리조트, 라마다앙코르 마곡호텔 등을 운영해 온 중견 업체다.

호텔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많은 곳이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보다는 호텔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며 “3성급 호텔이나 소규모 리조트부터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곳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