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단원들 영상 모아 부활절 감동 더한 ‘할렐루야 합창’

입력 2020-04-13 04:02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지난 9일 유튜브 등에 올린 ‘메시아’의 ‘할렐루야 합창’ 영상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단원들이 각각 집에서 연주 또는 노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부활절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독교 최대 명절이다. 부활절 즈음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 가운데 하나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다.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노래한 내용이 부활절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영국 로열오페라 하우스는 부활절(12일)을 앞두고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메시아’의 하이라이트인 ‘할렐루야 합창’을 올렸다. 로열오페라 전속 오케스트라 단원 66명과 합창단 단원 30명이 각각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것을 찍은 뒤 편집한 독특한 영상이다.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영상 속에서 평상복 차림의 단원들이 거실이나 주방, 옥상, 마당 등에서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로열오페라 하우스는 “헨델의 ‘메시아’가 1743년 로열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없는 지금 이렇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부활절을 앞두고 로열오페라 하우스 외에 영국의 왕립합창단 등 몇몇 단체가 이런 식으로 SNS에 공연을 올렸다. 그리고 ‘메시아’의 ‘할레루야 합창’은 가장 인기있는 레퍼토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예술단체가 그동안 공연했던 작품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가들이 각각 연주한 것을 모아 편집한 뒤 스트리밍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있다. 로열오페라 하우스는 지난달 31일에도 단원 7명이 집에서 각각 연주하는 것을 모자이크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영상을 올린 바 있다. 오스트리아 빈 폭스오퍼는 전속 오케스트라와 발레단 단원들이 참여한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올렸다. 집에서 춤추는 무용수 커플의 모습이 이채롭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무대가 없어진 수많은 연주자들이 각자 집에서 촬영한 연주 영상을 SNS에 올리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숑 등 스타 연주자들이 잇따라 참여한 가운데 미국 유타 심포니 수석 클라리넷티스트 테드 칼카라는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클라리넷은 물론 피아노, 드럼, 플루겔호른 등 4개 악기를 각각 연주한 뒤 합친 재기발랄한 영상을 만들었다. 지난 4일에는 카퓌숑 주도로 미국 첼리스트 요요마, 프랑스 피아니스트 마리엘레 라베크, 오스트리아 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 오텐잠머, 캐나다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 등이 참여한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가 SNS에 올라와 세계 클래식 팬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아예 이런 형태의 공연을 지향하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오페라하우스가 생겼다. 지난달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개설된 ‘격리 오페라(Quarantine Opera)’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아리아 ‘하바네라’로 출발을 알렸다. 코로나19 때문에 집 안에 머무르는 세계 각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영상은 큰 주목을 모았다. 격리 오페라 측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예술이 중단된 상태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 음악가들을 연결해 예술의 불꽃을 다시 태우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