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계열사 매각→지배구조 개편→추가 감원?… 1조 수혈 두산그룹 여전히 ‘가시밭길’

입력 2020-04-13 04:08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지원받은 두산그룹이 조만간 채권단과의 막판 협상을 끝내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비은행 대출금만 2조원인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행보가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 그룹 지배구조 재편, 인력 감축 등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 매각을 위해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선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 지분 51% 이상을 매각해 경영권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의 신성장산업으로 대표 ‘알짜’ 자회사에 속한다. 매각 가격은 6000억~8000억원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산솔루스가 원하는 가격에 매각되더라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4조9000억원 중 채무조정이 불가능한 비은행 차입금만 2조원에 이른다. 이에 산은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현금 1조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지원금 1조원’ 협약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선 ‘알짜’ 계열사를 추가 매각하는 방안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재편, 총수 일가 사재 출연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자구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지난해에도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 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대가로 박삼구 회장 퇴진과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는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했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기업을 지원해주는 대신 부채비율을 7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었다”며 “이번에도 그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부채비율이 300%에 가까운 두산건설을 매각하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지난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CJ와 같이 알짜인 계열사를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두산중공업이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위기를 극복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산은과 수은에서 한 명씩 두산중공업에 파견한 경영자문역은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를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만큼 두산중공업을 분할한 후 일부를 합병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산중공업의 추가 명예퇴직안도 제기됐지만 이에 대해 회사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부터 기술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다. 직원 650여명이 신청해 최근 퇴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