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국 노동부 집계결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661만건으로 최근 3주 동안 1680만명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완전고용률 3.5%였던 미국 실업률이 10%로 폭등하는 실직 쓰나미 사태를 연출했다.
반면 뉴욕 증시는 지붕을 뚫을 기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침체를 경고하고 나섰음에도 같은 날 다우존스종합지수와 S&P500지수는 전주에 비해 각각 12.67%, 12.1% 올라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주간기준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폭락장 이후 다우지수는 25.01%, S&P500은 22.27% 회복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지난달 19일 최저점 기록 이후 27.7%나 반등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은 갈림길에 섰다. 이번이 일생일대 최고의 기회라던데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달 19일(미국 등은 23일) 폭락장은 더 큰 하락의 시작일 거라는데, 기다려야 하는 건지.
전문가들도 경기침체에 대한 잇단 경고음에도 증시가 조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다.
KB증권은 12일 보고서에서 정부 정책이 실업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제시했다. 최근의 미국 대량실업은 경기악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계 소비를 대폭 지원하고 기업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의미로 ‘실업→소비 위축→기업매출 감소’의 악순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율이 10% 밑으로 떨어진 이달 7일 국제 구리 가격이 바닥에서 박스권을 뚫고 상승한 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실물경기를 잘 반영하는 구리 가격의 상승은 전염병 진정 이후의 경제 정상화 기대감을 조금씩 반영하기 시작한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네드 데이비스 투자연구기관은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6% 이상 치솟을 경우 주가는 연간 13.7% 상승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높은 실업률에 따라 중앙은행은 돈을 더 많이 찍어내 채권 가격을 더 떨어뜨림으로써 증시에 더 좋은 신호를 보내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미 정크본드로 전락한 포드자동차의 채권 매입 등 2조3000억 달러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기대감에 부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마켓워치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조치에 마비된 것 같다며 아직 많은 전문가들은 큰 폭의 주가 조정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가 30% 이상 폭락하고 경기가 후퇴한 경우 6개월 안에 바닥을 친 사례는 없다고 경고했다. 빠른 주가 회복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은 유례 없는 부양책이 고통을 덜어줄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그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매니지먼트 창업자는 코로나의 경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확진자 증가세 진정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는 데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코로나 증가세가 가장 빨리 진정된 중국의 증시가 최근 횡보를 보이고 있는 점은 2차 코로나 파동 여부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증시는 이번 주부터 본격화되는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로 그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과 존슨앤드존슨 등 기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팩트셋은 1분기 기업 순익이 10% 감소해 2009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씨티그룹의 로버트 버클랜드 수석글로벌주식전략가는 “주가는 기업 실적만큼 떨어진다”면서 “올해 기업 실적이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주가는 1월 정점에서 20%밖에 안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