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고?… 금녀의 벽 허물어 줄게

입력 2020-04-13 04:02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주장 칼리 로이드(오른쪽)가 지난해 8월 프로미식축구 NFL 필라델피아 이글스와의 훈련 도중 킥을 시도하고 있다. 로이드는 12일 미국 여성스포츠재단(WSF)·야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NFL 데뷔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내가 할 수 있단 걸 아니까요. 전 도전하고서 포기한 적이 없어요.”

미국 여자축구의 ‘전설’ 칼리 로이드(37)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그는 거칠기로 유명한 미 프로미식축구 NFL에 데뷔하겠다는 선언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기회가 주어질지 여부조차 불투명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로이드는 12일(한국시간) 미 여성스포츠재단(WSF)·야후스포츠와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이드는 여자축구계에서 이미 정점을 찍은 선수다. 2015년 열린 캐나다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상대팀 일본 골문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미국에 16년만의 우승컵을 안겼다. 지난해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도 주장으로 나서 팀의 대회 2연패를 이끌었다.

로이드는 앞서 여자월드컵을 우승한 직후인 지난해 8월 NFL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NFL 구단 필라델피아 이글스,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합동 훈련에 참가해 40야드(약 36.5m) 거리 필드골을 발로 차 성공시켰다.

NFL닷컴에 따르면 로이드는 최소 2개의 팀으로부터 프리시즌 경기에서 뛰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미 대표팀 친선경기 일정이 겹치면서 이는 성사되지 않았다. 로이드는 평소에도 필라델피아의 열성팬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의 체구와 성별 등을 거론하며 성공 가능성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당시 로이드는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안다”며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벽을 허물고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자신도 NFL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여성들이 뛰는 레전즈풋볼리그(LFL)가 있지만 이는 속옷에 가까운 차림으로 NFL 규격의 절반 정도에서 경기를 벌이는 등 성상품화로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드가 NFL에 데뷔한다면 여성으로서는 최초가 된다.

다만 로이드의 올해 NFL 데뷔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프리시즌 경기에서 직접 기량을 보여줘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NFL 구단의 모든 프리시즌 일정이 취소된 상태다. 당초 이달 23일부터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NFL 드래프트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로이드는 이날 인터뷰에서 “NFL 도전이 한 해나 두 해 정도 미뤄질 수는 있겠지만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축구에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로이드의 NFL 데뷔가 이뤄질 경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나이다. 로이드는 올해 6월 만 38세가 된다. 운동선수로서의 정점을 지난 나이다. 그러나 야후스포츠는 “킥력이 강점인 로이드의 특성 상 (키커 포지션에서 뛰면) 경력을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식축구에서 키커 포지션은 필드 골과 킥오프 상황에서 공을 차는 데 특화되어 있다. 필드골 상황에서 공을 경기장 양쪽 끝 폴대 사이에 차넣는 데 성공하면 한꺼번에 3점을 얻는다. 킥오프 때는 상대가 전진 못하도록 최대한 공을 멀리 까다롭게 보내야 한다.

실제로 인디애나 폴리스콜츠의 키커 애덤 비나티에리는 지난해 46세로 시즌을 소화한 바 있다. NFL 역사상 45세 넘어서 뛰었던 8명 중 6명이 키커였고, 역대 최고령 선수 조지 블란다는 48세까지도 뛴 이력이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