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을 선교지로, 불신자를 가족으로 바라봐야

입력 2020-04-14 00:04
지난해 6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벧엘교회에서 열린 교회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1대 목사였던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뒷줄 오른쪽)와 백신종 담임목사(뒷줄 오른쪽 두 번째) 등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벧엘교회는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가 1대 담임목사로 1979년부터 10년간 사역한 교회다. 한국교회에도 널리 보급된 묵상 소책자 ‘오늘의 양식’(벧엘출판사)을 번역, 편집해 보급하는 교회이기도 하다. ‘어 성경이 읽어지네’의 저자 이애실 사모의 남편 이순근 목사가 이 교회 4대 목사로 사역했다.

2015년 6대 목사에 취임한 백신종 목사는 캄보디아 선교사 출신이다. 백 목사는 중학교 1학년 때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해 중앙대 재학시절 OM선교회, OMF선교회, 선교한국 등에서 선교훈련을 받았다. 총신대 신대원 재학 시절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해외선교국 선교훈련원 간사로 일했다.

백 목사는 “김상복 목사님이 10년간 교회를 담임하면서 인격적으로 탁월한 목회와 말씀 목회로 이민목회의 모델을 보여줬다”면서 “그때 신앙적으로 성장한 성도들이 교회의 주요 역할을 감당해 2000명이 모이는 한인교회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아워 데일리 브레드 미니스트리(Our Daily Bread ministry)가 발행하는 책자를 한국어로 번역해 ‘오늘의 양식’을 발간한다. 교회 내 100여명의 번역팀과 감수팀, 편집팀과 발송팀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영문을 한글로 번역한다. 매년 10만달러를 투입해 25만권 가량을 찍어 70여개국 선교지와 미주지역 한인교회에 보급한다.

백 목사는 98년 도미해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LA ANC온누리교회와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다가 2004년부터 캄보디아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캄보디아 깜뽕짬이라는 도시에 정착해 처음 한 것이 시장에 가서 40명 이상의 주민을 만나 현지 언어를 익히는 것이었다”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했을 때 현지교회를 개척했고, 2006년부터 현지 대학에서 3년간 문화학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는 벧엘교회 목회도 선교사의 자세로 하고 있다. 백 목사는 “복음은 철저히 자신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선교지에서 체득했다”면서 “말로만 복음을 가르칠 수 없어 선교지에서 하던 것처럼 교회를 지키며 말씀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15년 부임 후 처음으로 결단한 것은 사례비를 일부 깎고 삭감분으로 부목사의 사례를 인상한 것이다. 백 목사는 “아내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과 회장을 지낸 강승삼 선교사님의 딸인데 선교지에서 성장했다”면서 “아내에게 ‘우리 가정이 한 달에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한지 계산해 달라’고 부탁했고, 상의 후 초과하는 12%를 삭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지역과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교회는 선교지향적 교회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선교적 교회를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선교정신(missional spirit)을 목회 현장에 도입하는 선교사적 목사(missional pastor)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설령 인스턴트 식품처럼 쓰임 받는다 해도 예배를 통해 성도들의 삶이 회복되고 말씀으로 교회가 살아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백신종 목사가 지난 2월 예배당에서 선교적 교회가 되려면 선교 정신을 목회 현장에 도입하는 선교사적 목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 목사는 “주일설교 한 편을 준비하기 위해 40시간을 주해와 기도, 설교문 작성에 할애한다”고 했다. 그는 “최선을 다해 강단에서 말씀의 떡을 전하니 과거 목회자의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상처를 입었던 성도들의 마음이 회복되고 교회가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하나님께서 말씀을 공급해 주시고 역사하셨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살리고 세우고 섬기고’라는 3대 비전을 갖고 있다. 사람을 살리고, 성도를 세우고,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배공동체, 가족공동체, 교육공동체, 선교공동체라는 4대 사역에 집중한다. 백 목사는 “선교 용어 중에는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군사 용어가 의외로 많다”면서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면서 한 가족으로 부르셨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세상을 불신자가 아닌 탕자, 즉 잃어버린 가족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세상을 선교지로, 불신자를 가족으로 보기 위해서는 선교학과 목회신학이 성경이 말씀하는 관계의 신학 위에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벧엘교회는 2018년 10월 체육관과 예배실 3개, 21개의 교실 등을 갖춘 프라미스센터(교육관)를 건립했다. 건물이 없어 임대료 부담이 있는 미국 내 소수민족 교회에 예배실을 무상으로 임차해줄 계획이다. 교실은 지역 한글학교와 시니어 아카데미, 벧엘신학원 등 다양한 사역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백 목사는 “같은 소수민족 입장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제3세계 소수민족을 환대하고 그들을 돕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글로벌 처치 플랜팅 사역”이라며 “선교지에서 그랬듯이 오늘도 하나님께서 희생의 그릇에 복음의 은혜를 부어주심을 믿고 사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