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힌 의류업계 구조조정 엄습… 다음은 호텔·외식업?

입력 2020-04-10 04:02
연합뉴스TV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길이 막힌 의류업계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해외 주문 취소가 줄을 잇자 신성통상 등 의류기업의 정리해고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특히 수출 관련 임직원들이 대거 권고사직하고 있다.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구조조정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수출사업부문 근로자 55명, 신원은 해외사업부 7명, 형지엘리트는 5명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인무역은 권고사직·무급휴직·급여삭감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수출의류기업 ‘톱3’에 꼽히는 한세실업은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한 상태다.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는 직원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대체할 만한 브랜드로 꼽히며 인기를 모았던 탑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신성통상에선 지난 6~7일 무려 55명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20명 수준이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55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사업부문 임직원 220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에 해당된다.

신성통상 직원 A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내 메신저가 있는데 수출사업부에서 메신저가 꺼진 인원이 55명이다. 회사는 대기하는 인원이 있고, 사정이 나아지면 복직을 고려해 보겠다는 말도 나오지만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일 해고를 통보받은 사람들은 짐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 갑자기 해고된 사람들의 3분의 2는 입사한 지 1년 미만으로 퇴직금도 못 받는 직원들”이라며 “남아있는 사람들도 너무 미안하고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마크앤스펜서, 클럽모나코 등 외국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는 풍인무역은 직원 절반가량을 대상으로 무기한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나머지 직원의 급여 30%도 이달부터 줄어든다.

풍인무역 직원 B씨는 “일부는 권고사직과 무급휴가 가운데 선택을 하라고 강요받았다”며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의 소통이나 대화 없이 통보만 있어서 직원들이 실망하고 절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원은 해외사업부를 축소하고 7명을 권고사직했다. 또 신원의 국내 브랜드 가운데 ‘비키’는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근로자 19명 정도를 추가로 해고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이 업체들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문을 받아 제작하고 다시 수출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 곳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수출 주문이 뚝 끊긴 게 구조조정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거나 취소되면 즉각 자금 압박으로 이어진다. 국내 기업들은 보통 어느 정도 수출 주문량을 예상하고 원·부자재를 미리 사놓기 때문에 주문 취소는 악성재고를 낳는다. 원·부자재 구매에 대한 납기일은 다가오는데 회사로 들어오는 돈은 없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이 당장 보이지 않다보니 ‘급여 삭감’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 당장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니 당장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고 자금 순환이 안 되고 있다”며 “이 연쇄작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류업계가 시작한 구조조정은 면세점업계, 호텔업계, 외식업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