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제작·유포 사범에 대한 검찰의 처벌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조직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사범에게는 최대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유포한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9일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기준’을 마련해 이날부터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n번방 사건’을 비롯해 성착취물 제작·유포·소지 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엄벌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건처리기준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새롭게 마련된 기준은 ‘박사방’과 ‘n번방’ 사건 등을 비롯해 현재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검찰은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촬영 과정에서 성범죄, 폭행, 협박 등 타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강제하는 별도의 범죄가 결부된 것으로 정의했다. 또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적 영상물도 일반 음란물과는 불법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으므로 성착취 영상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런 성착취물을 제작한 피의자는 범행방법이나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범행방법이 조직적인 주범에게는 징역 15년 이상을 구형하고, 죄질이 중한 경우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까지 구형키로 했다. 제작된 성착취물을 유포한 때도 구속수사가 원칙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했다면 징역 7년 이상, 일반적 유포라 할지라도 4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성착취물을 단순히 소지한 이른바 ‘관전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영리 목적으로 소지했을 때는 징역 2년 이상, 일반적인 소지자도 재범이거나 성착취물 대화방 유료회원일 경우 6개월 이상 징역형을 각각 구형키로 했다.
이런 검찰의 움직임은 그간 검찰이 디지털 성범죄자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 왔다는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n번방’ 운영자였던 ‘켈리’와 ‘와치맨’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2년과 3년6개월을 구형해 비판받은 바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기준으로 총 274건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해 221명을 검거하고 3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 성착취물이나 기타 디지털 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대화방을 운영한 피의자는 57명, 유포자는 64명, 소지자는 100명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n번방’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갓갓 추적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를 토대로 신원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허경구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