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00일… 사망자 9만명 육박… ‘터널’의 끝 안보인다

입력 2020-04-10 04:08
미국 플로리다주 하이얼리어시 존 F 케네디 도서관 앞에 8일(현지시간) 실업수당 신청서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시민이 급증하면서 신청서를 받을 수 있는 플로리다주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워지자 시 당국은 직접 시민들에게 신청서를 배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가 2020년 새해맞이에 들떠 있던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보건 당국은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그 후 10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명명된 이 전염병이 세계를 완전히 마비시켰다. 일상은 사라졌고 경제는 멈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50만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9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이날까지 미국의 확진자 수는 43만5128명으로 전 세계 감염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일일 사망자 수도 발병 이후 최고치인 1736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무서운 기세로 치솟던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최근 5일간 신규 환자 수를 산술평균해 나온 수치로 증감폭을 비교한 결과 지난 3일 이후 미국의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확진자 증감 추세 설명을 ‘상승’에서 ‘하락’으로 수정했다.

유럽의 이탈리아와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도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구체적인 봉쇄 완화 일정표를 발표했다. 최악의 피해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도 봉쇄령의 단계적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은 이미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달 들어 중국 내 신규 확진자는 하루 100명대로 줄어들었다. 8일 0시를 기해 우한시 봉쇄도 해제됐다.

그러나 일본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는 대유행이 이제야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코로나19 진단검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아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에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을 가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래 최악의 경제적 여파가 닥칠 것이며 IMF 180개 회원국 중 170개국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지난주(3월 29일~4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1만건을 기록했다. 이전 주 687만건보다 다소 줄었지만 3주 연속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세계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는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기 힘들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또 이동제한을 섣불리 완화했다가 ‘제2의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화상 토론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세계 경제의 ‘V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버냉키 전 의장은 “(코로나19) 위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아마도 경제활동 재개는 꽤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