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나경복(우리카드)과 양효진(현대건설)이 생애 처음으로 프로배구 V-리그 남·녀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선수상은 정성규(삼성화재)와 박현주(흥국생명)에게 돌아갔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0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도드람 2019-2020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을 열고 수상자들에게 트로피와 상금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을 마지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조기 종료된 V-리그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나경복은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453점), 공격종합 2위(성공률 52.68%)를 기록하며 우리카드의 창단 첫 정규리그 1위의 선봉장이 됐다. 공·수 대다수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게 표심을 잡았다. 우리카드 선수가 MVP를 받은 건 사상 최초인 데다, 나경복 본인도 2015-16시즌 데뷔 이후 첫 MVP 수상이라 ‘겹경사’다. 나경복은 김학민(KB손해보험)과 신영석(현대캐피탈)에 이어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한 3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득점·공격종합 1위를 차지한 비예나가 30표 중 10표를 얻었지만, 2위인 팀 순위 탓에 8표 차이로 나경복에 MVP를 내줬다.
나경복은 “기록 면에서 비예나가 앞서기에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받으니 기분이 좋다”며 “올 시즌은 기복이 줄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팀 형들과 감독님, 구단에서 도와줘 가능했다. 안주하지 않고 다음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꿈꾸겠다”고 말했다. 나경복은 이날 받은 상금을 모두 기부한단 계획이다.
양효진도 생애 첫 여자부 MVP를 수상했다. 양효진은 2007-0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뒤 리그 최고의 센터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측면 공격수들에 밀려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꾸준하게 이어온 활약이 결실을 이뤘다. 양효진은 올 시즌 10년 연속으로 블로킹 1위(0.84개)를 기록했고, 센터임에도 득점 5위(409점)에 오르며 역대 통산 최다득점 신기록(5562득점)을 세웠다. 결국 24표나 확보하며 같은 팀 이다영(3표)과 KGC인삼공사의 디우프(3표)를 큰 격차로 제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프로 13년차인 양효진은 “어릴 때 MVP를 받았다면 안주하거나 욕심이 지나쳐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상을 기대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다”며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팬들에게 은퇴하는 날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선수상의 주인공은 남자부 정성규(삼성화재)와 여자부 박현주(흥국생명)였다. 정성규는 14표를 받아 오은렬(대한항공)을 3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제쳤다. 삼성화재 선수가 신인왕을 배출한 건 최초다. 이다현(현대건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박현주는 22표를 받아 8표를 얻은 이다현에 14표나 차이를 내며 여유 있게 트로피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오전 KOVO 이사회가 소집돼 차기 시즌 준비가 이뤄졌다. 여자부 샐러리캡(연봉 상한) 조정은 가장 치열한 논의 대상이었다. 샐러리캡 수준에 따라 자유계약(FA) 시장 성패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0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이번 FA 시장엔 이재영(흥국생명) 이다영 박정아(한국도로공사) 김희진(IBK기업은행) 등 베테랑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