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11일 0시부터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 일자리를 잃게 될 날을 하루 앞둔 9일 타다 기사들은 검찰에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근로기준법 및 파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기사들은 프리랜서 지위로 계약을 맺었지만 출퇴근부터 휴식, 복장, 대기 장소까지 철저하게 타다로부터 업무 지시·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란 이유로 받지 못한 각종 수당 등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프리’하지 않았던 프리랜서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고발장에 따르면 비대위는 기사들이 타다 측의 실질적 업무 지시·감독 하에 일한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웃소싱 업체로부터 단순히 인력을 파견받았다는 타다 측 입장과는 반대다. 김태환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국민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타다 측은 기사들이 프리랜서라고 하는데, 실제 업무는 전혀 자유롭지 않았다. 타다 측이 직접 업무를 지시한 정황이 많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타다 측이 드라이버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하루 10시간의 ‘작업시간’과 고객 픽업 운행 방법 등에 대한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해 기사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업무 중 문제 발생 시 기사들에게 주어지는 불이익(페널티)을 타다가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비스 이슈’라는 규정을 통해 폭력행위, 성희롱·성추행, 운행 거부, 난폭운전, 현금수수 시도(팁 요구), 불친절 등을 금지한다고 지시했고 수시로 차량 내외부 청결 상태를 평가해 불량 적발 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도 계약상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아웃소싱 업체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운행 미수락이 한 달에 4건 이상 발생하면 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이는 타다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이라고 공지되기도 했다.
타다 기사들이 입어야 할 복장 등 근무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주장도 고발장에 담겼다. 상의의 경우 어두운 단색 계열의 깃이 있는 셔츠여야 하고, 하의는 청바지나 반바지는 입지 말라는 식이다. 한 아웃소싱 업체에서는 “타다 본사에서 복장 관련 차고지 불시 점검 중이다. 위반하는 경우 당일 배차가 취소될 수 있으니 복장 규정을 꼭 지켜달라”고 기사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1년1개월간 타다 기사로 근무한 A씨는 “내가 속한 업체에서는 검은색 정장을 무조건 입도록 단속했다. 매일 출퇴근 때마다 정장 차림의 본인 사진을 찍어 보고했다. 정장을 입지 않으면 차량을 배정해주지 않았다. 업체에 과도한 규정이라고 항의했지만 업체 측에선 ‘타다의 방침’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타다 기사들의 출퇴근 및 근태 관리도 아웃소싱 업체와 타다 측이 이중적으로 진행한 정황이 있다. 타다 기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출근 보고를 한 뒤 단체 메신저에도 출근 사실을 보고토록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타다 측이 기사들의 근태를 철저히 관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타다 운영사인 VCNC는 ‘타다 드라이버 매니지먼트팀’을 운영해 기사들의 근태, 업무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했다. 고발장에 첨부된 보고서를 보면 이 팀은 드라이버들의 ‘지각률’과 ‘거짓 출근률’ 등을 측정하고 있었다. 드라이버 B씨는 “지난해 여름 한 고객과 다툼이 생겨 고객이 운행 도중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며칠 뒤 아웃소싱 업체에서 서울 성수동의 타다 본사로 가서 고객에게 직접 사과하도록 했다. 타다 직원을 앞에 두고 고객에게 전화로 사과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고발을 대리한 신인수 변호사는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고, 타다 차량을 사용자가 지시한 방식으로 운행하고, 타다가 만든 제반 근무 규정이나 복장 규정도 지켜야 했다”며 “타다의 지시에 의해 업무를 제공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타다 기사들은 근로자로 일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주휴수당, 연장수당을 비롯한 각종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민사소송·노조설립 추진으로 대응
비대위는 타다 측이 파견근로자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도 어겼다며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 파견법 시행령 제2조는 타다와 같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비대위는 타다 측이 기사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다 비대위는 검찰 고발과 함께 타다 측에 대한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근로자로 일하면서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주휴수당·연장수당·퇴직금)에 대해서도 법정 다툼을 통해 받겠다는 것이다. 타다 측이 일방적으로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하는 데 대한 휴업수당 지급도 다퉈볼 여지가 있다.
김 위원장은 “베이직 서비스 중단도 이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일방적으로 글을 올렸던 다음 날에야 통보받았다. 기사들을 타다의 근로자가 아닌 일회용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법정 공방이 길어질 것에 대비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비대위는 지난 3일 ‘플랫폼 드라이버 유니온’이라는 명칭의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비대위는 노조 설립 이후에는 배달원 노조인 라이더 유니온과 협력해 상위 노조 결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향후 다른 플랫폼 업체에서 일할 근로자들이 타다 기사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정현수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