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에서 ‘사재기 대란’이 잃어나지 않은 것은 원활한 택배시스템 덕이라는 분석이 빅데이터로도 확인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월 1주부터 3월 2주 사이 1억8000만건에 해당하는 택배 물품 데이터 분석 결과를 9일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 송장 정보를 바탕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발표된 2월 18일 이후 온라인에서 생수와 라면, 통조림, 즉석밥 등 비상물품에 대한 ‘사재기성 주문’이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장기화 불안감이 커진 2월 4주(23~29일)에는 비상물품 주문량이 전주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통조림이 2월 3주(16~22일) 4만건에서 4주 14만건으로 3배, 라면은 12만건에서 31만건으로 배 이상 폭증했다.
그런데 물품이 안정적으로 배송되자 주문량은 줄고 안정세로 돌아섰다. 국내에서 사재기가 반짝 현상에 그칠 수 있었던 데는 안정적인 택배 시스템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2월 4주 전주 대비 2.5배 가까이 늘어났던 라면 배송량은 3월 1주(1~7일)와 2주(8~14일)에 각각 39%, 33% 감소세를 기록했다. 2월 4주에 2.5배로 늘었던 생수의 경우에도 각각 41%, 25% 줄면서 평시 수준으로 돌아섰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품 배송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오프라인 사재기도 없었고, 비상물품은 줄어드는 대신 일상적인 물품에 대한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는 점은 ‘택배가 사재기를 막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언택트 소비’ 또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홈카페와 관련한 상품인 커피메이커와 믹서기는 지난달부터 판매고가 크게 늘었다. 튀김기, 요쿠르트 제조기 등 홈쿠킹 관련 항목도 3월부터 주문이 증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