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들고 다니며 합석” 감염 위험 도사린 헌팅포차

입력 2020-04-10 04:07
시민들이 8일 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의 한 ‘헌팅술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8일 시내 유흥업소 420여곳에 대해 사실상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일부 업소는 다른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유흥업소에서 종업원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흥업소 주의보’가 내려졌다. 국민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흥업소 전체에 대해 사실상 영업중지 명령을 내린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 인근을 돌아봤다.

박 시장의 엄포 탓인지 룸살롱은 거의 문을 닫은 것으로 보였다. 강남구 뱅뱅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한 룸살롱 관계자는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직원 한두명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영업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골손님들에게는 충분히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암암리에 영업을 이어가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역삼역 인근에는 거리 곳곳에 유흥업소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었다. 전단지에는 “룸 70개와 여대생 종업원 15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1인 손님도 환영한다”고 적혀 있었다. 선릉역 주변 한 건물 관리인은 “건물 주차장 인근에 남성 여러명이 서성이고 있으면 5~10분 만에 승합차가 와서 이들을 싣고 간다”며 “하룻밤에도 여러 차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유흥업소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이용객과 접객원이 밀접 접촉한 상태로 술을 마시는 업소들도 적지 않게 운영되고 있었다. ‘아가씨 매일 100명 출근’이라고 적힌 노래방 입간판 앞에서 한 호객꾼은 “여성 종업원 100여명이 출근해 있다”며 “사람이 많을수록 1인당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광고했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꾸준히 거론됐던 ‘헌팅포차’도 성업 중이었다. 강남역 인근 헌팅포차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님들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합석을 이어가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비말 등에 의한 감염 전파 가능성이 커 보였다.

홍대입구에 비교적 최근 문을 연 헌팅포차 앞에는 10여명이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조모(25)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합석하러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줄을 서고 있던 김모(23)씨는 “PC방 등 놀 수 있는 곳이 다 문을 닫았는데, 헌팅포차까지 문 닫으면 뭘 하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서울 시내 유흥업소 대부분이 휴업에 들어가자 온라인에서는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한 유흥업소 관련 커뮤니티에는 “서울이 문을 닫아도 유흥은 포기할 수 없다”면서 “오늘은 수도권의 대형 번화가에서 즐겨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