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 성장률, 코로나 2분기에 진정돼도 0%대 그칠 것”

입력 2020-04-10 04:0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2분기에 진정되더라도 한국 경제가 0%대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상의 조건을 가정한 것이어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민이 이날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분기에 진정되더라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9일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를 넘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참 답변드리기가 그렇지만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금년 중 GDP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의 흐름은 거의 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진행 양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 상황을 어떻게 전제하느냐에 따라 전망은 아주 다양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0%대 성장’은 사실상 최선의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다. 이 총재는 “2분기 중 전 세계에 걸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3분기 들어서면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된다는 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나리오”라며 “이를 전제로 하면 금년에 플러스 성장을 하지 않겠는가 예상해 본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기는 제2차 석유파동이 벌어진 1980년(-1.6%)과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1.9%)보다 크게 낮춘 -2.3%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결국 국내 경기 흐름은 코로나 진전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금융·통화 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7명 중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집행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은 지난달 3일과 15일 기준금리를 각각 0.50% 포인트, 1.00% 포인트 내려 0.00~0.25%로 인하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