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 밀리던 카드사, 코로나에 ‘존재감’

입력 2020-04-10 04:03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최근 카드 매출을 분석한 소비동향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제공키로 했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지자체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위기 업종의 한복판에 있는 신용카드사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때 ‘현금 없는 사회’를 선도했던 카드사들은 최근 들어 각종 페이 등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에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5.3% 줄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은 예상치 않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이 ‘빅데이터 창고’를 개방하면서다. 업계 1위 신한카드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300만명에 달한다. ‘빅데이터의 보고’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신한카드는 전국 134개 지자체에 업종별 전년 대비 소비변화 분석 내용 등을 제공한다. 카드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카드 결제정보 공유로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주머니 속 CCTV’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혁신금융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비자 이목을 끌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날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를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최초다. 카드와 얼굴 정보를 1회 등록하면 페이스페이 가맹점에서 얼굴 인식만으로 상품 결제를 할 수 있다. 현대카드도 고객의 카드 사용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맞춤형 소비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앞서 KB국민카드는 이달부터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 대한 리스 금융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내놓기도 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국가적 재난 극복 과정에서 공공정책 수립과 의료·보건 등 주요 분야에 카드사들이 쌓아온 역량을 드러내는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혁신을 통한 자체 활로 모색과 더불어 신용카드의 필요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