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찰이든 수사든 ‘검·언 유착 의혹’ 조속히 규명해야

입력 2020-04-10 04:03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은 휘발성이 큰 사건이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더욱이 검찰 당사자는 ‘윤석열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모 검사장이다.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하면 검찰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마땅한데 윤석열 총장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윤 총장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대검 인권부에 맡겼다. 감찰에 착수하려면 감찰심의위원회의 심의·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대검 감찰본부 감찰에 제동을 걸었다. 감찰본부는 검찰 비위를 조사하는 전담기구로 강제수사권이 있다. 반면 인권부는 검찰공무원의 막말, 가혹행위 등 조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감독하는 부서로 강제수사권이 없다. 이 사건에서 협박, 위협의 주체는 채널A 기자이고, 게다가 수사권도 없는 부서에 한 검사장 조사를 맡긴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의 얘기처럼 윤 총장이 비검찰 출신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을 믿지 못해 그랬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에 시작한 감찰본부 감찰에 제동을 건 것은 내 사람 챙기기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윤 총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권부 조사 결과를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 같은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감찰본부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감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조직이 감찰본부 아닌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주저없이 칼을 들이댔던 윤 총장이 검찰 내부 문제, 특히 측근 관련 문제에 소극적인 건 이율배반이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만큼 수사에 주저함이 있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