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휩싸인 팔레스타인… 방역망 취약, 민간 자구책 의존

입력 2020-04-12 18:38
코로나19 대유행은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무섭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란은 확진자 6만 2000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4000명에 육박하는 등 중동 17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다. 특히 눈여겨볼 곳은 환자 250명이 넘게 나온 팔레스타인 이다.

서안지구(West Bank)의 경우, 2015년 기준 5655㎢ 면적에 289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가자지구(Gaza Strip)는 불과 365㎢ 면적에 186만 명이 거주, 매우 높은 인구 밀집도를 나타낸다. 서안지구의 베들레헴에 집중됐던 환자 발생은 현재 라말라, 툴카렘, 헤브론 등 서안지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도 십여 건의 확진자가 보고됐지만, 코로나19 진단검사 능력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1일 자치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서안지구내 학교와 종교시설, 관공서, 일반 상점의 문을 닫고 시민들의 통행을 금지했다. 봉쇄된 가자지구를 비롯해 서안지구의 잠재적 위험성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사단법인 아디의 도움으로 칼리드 알리 나세프 라말라인권연구회 사무총장을 통해 확인한 현지 실정은 심각했다. 칼리드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의 방역망은 취약하며,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된 지역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며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외부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사태 초기 긴급구호물품 반입을 제한했고, 적극적 방역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로 퍼질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안지구내 의료기관이 있는 라말라 등 대도시에서는 거점병원을 지정해 확진자 치료가 이뤄지는 반면, 병·의원 등이 미비한 지역의 경우에는 호텔 등지에서 확진자의 치료 및 관리가 실시된다. 또 마스크 수급도 원활치 않다.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보건용 마스크 보급은 WHO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스라엘 정부는 일주일 동안 소독용 알코올의 가자와 서안 반입을 불허했다. 칼리드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의도적 반입 지연”이라며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또한 아디의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 소속 활동가들이 전한 소식도 그리 밝지 않다. 내달 초까지 봉쇄조치가 연장되면서 팔레스타인인의 빈곤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설상가상 유대정착촌 등지에서 일을 하던 팔레스타인 노동자 4만5000여명이 복귀하면서 확산세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치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비하다보니 현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식량과 물품 등을 나누는 등의 자구책을 펴고 있는 상황. 아디의 이동화 팀장은 “팔레스타인의 코로나 19 확산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민간 차원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족한 자원과 시설, 이스라엘의 비협조와 봉쇄정책은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